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약 70년 만에 고도제한(장애물 제한표면·OLS) 국제기준을 개정하면서 김포공항 인근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 희비가 갈리고 있다. 목동 재건축단지가 밀집한 양천구는 고도제한 가능성이 생겼고, 강서구 일부 지역은 규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재건축 사업성을 결정짓는 고도제한 기준 조정에 정비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ICAO 국제기준 개정안이 다음 달 4일 발효된다. 전면 시행일은 2030년 11월 21일이다. 그 사이 각국은 국내법을 정비하고, 요건을 갖춘 국가들은 조기 적용도 가능하다. ICAO는 국제 민간항공 항공기술·운송·시설 등을 관할한다. OLS 기준을 만들어 1955년부터 적용해왔다. 약 70년간 지속된 기준은 공항 안전과 인근 지역 개발의 조화를 위해 지난 3월 28일 개정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특정 지역 일괄 제한’에서 ‘위험 평가 후 허용’으로의 전환이다. 지금까지는 공항 활주로 반경 4㎞ 이내에서는 건축물 높이를 해발 57.86m(지상 45m)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아파트 10~13층 높이 정도다. 반경 4㎞ 경계선부터 바깥쪽으로 1.1km까지는 건축물 높이가 해발 112.86m(지상 100m) 미만으로 규제됐다. 즉 공항 활주로 반경 5.1㎞ 내에서 절대적 규제가 이뤄졌다.
규제가 완화되는 모양새인데 양천구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평가표면’에 대한 기준 변화 때문이다. 개정안은 기존 고도제한을 절대적 금지구역인 ‘장애물 금지표면’과 조건부로 가능한 ‘장애물 평가표면’으로 이원화했다. 대신 평가를 받아야 하는 구역의 기준이 확대된다. 양천구에 따르면 김포공항 반경 약 11~13㎞ 내에 이르는 지역을 ‘수평 표면’으로 분류하고, 45·60·90m 등으로 고도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는 고도제한 지역이 아니던 양천구 대다수 지역이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경우에 따라 고도제한 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
양천구는 목동신시가지 14개 아파트단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들은 상징성·조망권·사업성을 위해 고층 건물을 선호하고 목동 역시 6단지는 최고 49층, 7단지는 최고 60층을 목표로 계획 중이다. 고도제한 변수가 생겨난 셈이다. 목동 6단지 조합원은 “목동재건축연합회도 공동 대응할 예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천구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들과도 공동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현행 기준으로 전체 면적의 97.3%(40.3㎢)가 고도제한 지역인 강서구는 ‘고도제한 해제’ 가능성이 생겼다. 강서구 관계자는 “비행기가 다니지 않는 한강 쪽 지역들에 대해서는 고도제한을 해제하는 쪽으로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며 “ICAO 방문했을 때 2030년 전면 시행 이전에 자국에서 준비를 마치면 발효 후 언제든 조기 시행을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