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천 연수구 총격 살해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만에 사제 총기 단속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단속 사각지대에 있는 사제 총기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피의자가 자택에 직접 제작한 폭발물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나 사제 무기를 통제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8월 1일~9월 30일 불법무기 자진신고 기간을 확대 운영해 사제 총기를 적극 회수하겠다고 23일 밝혔다. 기존 자진신고는 매년 9월 한 달만 진행됐다. 해당 기간 내 자진신고하면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면제된다. 경찰은 자진신고 기간이 종료되면 불법무기 집중단속 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불법 총기를 제조·판매·소지했다가 적발되면 3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온 총기 제조 관련 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총기 제작법이 온라인상에 상당수 노출된 상황인 만큼 전방위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은 “유튜브뿐 아니라 다크웹(특정 경로로만 접근 가능한 사이트)에서도 총기 제작법이 유통되고 있다”며 “국내외 사이트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감시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제 총기를 찍어낼 수 있는 3D 프린터 사용 실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찰이 발표한 대책에는 사제 폭탄 제재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 소관의 총포화약법 규제 대상은 다이너마이트와 같은 화약, 폭약 및 화공품 등이다. 폭발성이 강한 위험 화학물질에 대한 단속은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 가능한 사제 폭탄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정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종합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제 폭탄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의 통제 주체가 애매하다”며 “미국의 ATF(주류·담배·화기·폭발물 단속국)처럼 상위 기구가 총괄해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화학물질을 구해도 폭탄으로 만드는 방법을 몰랐겠지만, 이제는 제조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
위험 화학물질에 대한 허가제를 확대하고, 불법 무기 관련 첩보 수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염 교수는 “치명적인 폭발물로 합성될 가능성이 높은 화학 제품은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어떤 물질로 규제를 확대할지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위험 화학물질을 다량 구매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경찰과 지역사회가 함께 첩보 수집을 하는 등 이력 관리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이현 이찬희 조민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