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 겸 발명가 리드 리처드(페드로 파스칼)는 아내 수잔 스톰(버네사 커비), 처남 조니 스톰(조지프 퀸), 절친한 친구 벤 그림(에번 모스-바크라크)과 함께 우주여행에 나섰다가 방사선 노출 사고를 겪는다. DNA 변형으로 뜻밖의 초능력을 얻게 된 네 사람은 그 힘으로 지구를 지키기로 한다. 판타스틱 4의 등장이다.
네 영웅의 활약으로 유지되던 지구의 평화는 행성을 집어삼키는 우주 포식자 갤럭투스와 그의 전령인 실버 서퍼가 등장하면서 산산조각난다. “너희 행성은 곧 파괴된다. 그분을 막을 방법은 없다.” 갤럭투스가 지구를 건드리지 않는 유일한 조건으로 요구한 건 리드와 수잔 사이에 태어난 아기다. 아기를 지킬 것인가, 인류를 구할 것인가. 고통스러운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마블 스튜디오 최초로 가족 히어로를 다룬 영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이 24일 개봉했다. 익숙한 캐릭터인데 마블 영화로 만들어진 건 처음이다. 1960년대 출간된 코믹북이 원작으로 마블 세계관의 원조 격이다. 판권을 가졌던 20세기폭스가 여러 차례 영화로 제작한 바 있는데, 2019년 월트디즈니컴퍼니가 20세기폭스를 인수하면서 마침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합류하게 됐다.
영화의 배경은 우리가 사는 지구가 아닌 평행우주 속 또 다른 지구의 1960년대 미국 뉴욕이다. 집사 역할을 하는 만능로봇 허비,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 미래의 최첨단 장비들과 함께 LP 턴테이블 같은 레트로 요소가 어우러져 이질적 분위를 자아낸다. 연출을 맡은 맷 샤크먼 감독은 “복고풍 미래주의적인 배경이 신선한 매력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체가 고무처럼 변형되는 리드와 투명인간이 되거나 방어막을 만들 수 있는 수잔, 온몸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비행하는 조니, 바위처럼 단단하고 파괴적 힘을 가진 벤 등 각 캐릭터 특성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액션이 눈을 즐겁게 한다. 압권은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실버 서퍼와의 대결 장면이다. 보드를 탄 실버 서퍼의 빛처럼 빠른 추격은 압도적 속도감과 긴장함을 선사한다. 샤크먼 감독은 “뉴욕에서 벌어지는 액션신이 현실적인 슈퍼 히어로 액션이라면 우주에서의 액션신은 방대하고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주제의식은 역시나 가족으로 귀결된다. 위협 앞에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을 잠재우는 것 또한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인류적 공감대다. 모성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후반부 장면에선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감동과 눈물까지 밀려온다.
리드와 수잔의 아기는 향후 MCU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아기까지 합류한 ‘판타스틱 5’는 루소 형제의 연출로 내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둠스데이’(어벤져스 5)에 등장한다. 마블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는 “마블 역사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캐릭터는 없다”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했다. 러닝타임 114분, 12세 관람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