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대학’ 해산정리금 주고 문닫게 한다… 구조조정 본격화

입력 2025-07-23 18:46
김민석 국무총리가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 총리는 “소통과 속도로 성과를 내는 정부가 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신입생 충원난을 겪으며 한계에 직면한 부실 대학을 겨냥한 구조조정 신호탄이 올랐다. 교직원 월급 체불 등 경영난을 겪는 사립대에 정부가 폐교를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사립대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학교 청산 뒤 남은 재산의 15%를 해산정리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교육부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사립대구조개선법)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재정 위기를 겪는 사립대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으로 공포 1년 후 시행된다. 그간 부실 대학들은 폐교 후 남은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는 상황을 피하고자 간판만 유지하는 꼼수를 부려왔다. 대학가에선 이런 대학을 고등교육 경쟁력을 갉아먹는 ‘좀비 대학’이라고 불러왔다.

앞으로는 정부가 새로 설치되는 ‘사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를 거쳐 매년 사립대의 재정을 진단하고 ‘경영위기 대학’을 솎아낸다. 이후 구조개선을 거쳤지만 교육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대학에 한해 교육부 장관이 학생 모집 정지, 폐교, 해산·청산 등을 명령할 수 있다.

정부는 사립대 설립자에게 청산 절차를 거친 뒤 남은 재산의 15%인 해산정리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부실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폐교 절차에 참여하도록 퇴로를 열어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학생과 교직원을 보호해야 한다. 사립대는 면직되는 직원에게는 보상금 또는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 편입학을 포기한 학생에게는 학업중단 위로금도 지급해야 한다.

다만 해산정리금을 정산하기 위한 재산 청산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학을 부실하게 경영하고 일종의 보상을 받고 나가는 상황에 대한 비판도 예상된다. 김병국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미 폐교한 대학도 자산 처분이 되질 않아 임금 체불 해결, 재산 환원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면서 “(청산하고 남은 재산을 기준으로 한) 조문 자체가 유명무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