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이 더 무섭다… 가족해체 사회 ‘패륜 살인’ 급증

입력 2025-07-23 19:02 수정 2025-07-23 23:59

가족·친인척 대상 살인 범죄가 급격히 늘고 있다. 연이어 발생하는 패륜 범죄의 주요 원인으로는 가족 구조의 해체가 꼽힌다. 핵가족화로 가족 간 교류가 줄어드는 대신 경제적 분쟁 등이 늘면서 극단적인 경우 끔찍한 강력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 갈등을 개인 문제로 취급하지 말고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아파트에선 지난 20일 30대 남성 A씨가 60대 부친이 제작한 사제 총기에 총상을 입고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사제 총기 사용으로 사건이 부각됐지만 가족·친인척 간 살인사건은 하루에 0.84명씩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일 경기 김포에서는 30대 남성 B씨가 부모와 형 등 가족 3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B씨는 형의 훈계에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종호)는 지난 3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정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정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술 그만 마시고 잠이나 자라”는 80대 모친 C씨의 잔소리에 격분해 범행했다. 정씨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자신을 무시하고 남동생과 차별한다는 불만에 가득 차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의 2023년 살인사건 피해자 유형 통계에 따르면 살인사건 중 가족·친인척 피해자는 309명으로 집계돼 전체 살인사건 피해자의 40%를 차지했다. 2021년(183명), 2022년(193명)과 비교하면 각각 60%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 중 기타 친인척(11명) 및 전 배우자(7명)를 제외하면 대부분 가까운 사이로 분류되는 배우자나 사촌 이내 친인척이 피해를 입었다. 자신 또는 배우자의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해 범죄도 2023년 59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 단절 심화로 갈등이 쉽게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면 살인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00년 15.5%였던 1인 가구 비율은 2023년 35.5%까지 늘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23일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에서 서운함이나 모멸감, 분노 등의 강도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며 “지금처럼 가족 형태가 쪼개지고 대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공격 행위로 발현되기 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가족 간 문제를 개인 문제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가족 간 범죄 양상을 보면 치매 등 간병 과정이나 생활고로 발생하는 범죄도 적지 않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가 현재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 등을 활용해 가정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복지 시스템 등을 활용, 가정 내 분쟁이나 갈등도 파악해 상담을 해주는 식으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유경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