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느박’ 박찬욱, 베네치아영화제 첫 트로피 들까

입력 2025-07-24 01:07
사진=AP뉴시스

박찬욱(사진) 감독이 신작 ‘어쩔수가없다’(포스터)로 제82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수상 가능성에 영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쓴 박 감독이지만, 베네치아에서는 아직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2003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거머쥐며 ‘깐느박’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과 대조적이다.


박 감독이 베네치아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건 두 번째다. 2005년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영화인 ‘친절한 금자씨’로 경쟁부문에 올랐으나 젊은 사자상, 베스트 이노베이션상, 미래영화상 등 3개의 비공식 상을 받는 데 그쳤다. 2004년에는 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영화계에서는 ‘이번에는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감독상인 ‘은사자상’이나 작품상인 ‘황금사자상’도 노려볼 만하다는 관측이다. 한국영화가 베네치아 경쟁 부문에 오른 것은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2012, 황금사자상 수상) 이후 13년 만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23일 “칸영화제에서도 ‘어쩔수가없다’를 초청하고 싶어 했으나 후반 작업 일정 때문에 불발된 것으로 안다. 되레 베네치아영화제가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며 “국제 영화계에서 박 감독의 위상과 명성이 워낙 높아서 여느 작품보다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치아영화제 측은 전날 21편의 경쟁부문 초청작을 발표하면서 ‘어쩔수가없다’에 대해 “해고된 직장인(이병헌)이 재취업에 나서면서 경쟁자를 제거하려고 하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극 중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재취업하고자 하는 가장 만수 역은 배우 이병헌이, 만수의 아내 미리 역은 손예진이 연기했다.

박 감독은 “영화를 완성하고 베네치아영화제 초청까지 받고 보니 긴 세월 이 작품을 포기하지 않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 감독은 지난 1월 이 작품의 촬영을 마치면서 “가장 만들고 싶던 작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권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