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대화를 나누며 덧붙이는 ‘감사합니다’ ‘부탁합니다’ 같은 공손한 표현이 결과적으로는 막대한 전력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사용자들이 남기는 의례적인 감사 인사가 AI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을 늘려 수천억원의 전기 요금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아직 전 세계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AI에 대한 불필요한 친절은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정보통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와 더버지 등에 따르면 챗GPT는 매일 전 세계 이용자들로부터 25억건의 프롬프트(Prompt·지시)를 받고 있다. 이는 챗GPT가 하루에 25억건의 쿼리(Query) 를 처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쿼리는 사용자가 AI에 입력 값을 넣고 응답을 받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개별적인 요청을 통칭한다.
이번에 공개된 쿼리 수치는 챗GPT의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2월 챗GPT가 일 평균 10억건의 쿼리를 처리한다고 밝힌 지 8개월 만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챗GPT 이용이 늘면서 사용자들이 AI에 남기는 감사 인사도 덩달아 많아졌다. 샘 올트먼 CEO는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용자들이 감사 표현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수백억원의 전기 요금이 발생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챗 GPT가 사용자와 나눈 인사도 서버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챗GPT는 ‘알려줘서 고마워’라는 인사에 ‘천만에요! 더 준비하실 게 있으면 언제든 도와드릴게요’ 식으로 답변하도록 설계돼 있다. 짧은 문장이지만 전 세계 사용자의 하루 사용량을 고려하면 상당한 전력이 필요하다.
챗GPT의 단어별 전력 사용량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측정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조사 결과 챗GPT-4가 단어 100개로 이뤄진 이메일 한 통을 생성할 경우 0.14킬로와트시(kWh)의 전기가 사용됐다. 이는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14개를 1시간 동안 켜는 데 필요한 양이다.
전문가들은 전기 낭비 지적에도 이용자들의 의례적 인사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AI에 무례하게 대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도 깔려있다는 것이다. 류한철 삼육대 인공지능융합학부 교수는 “AI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하고 감정적으로 교류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본능적으로 고마움에 대한 표현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