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은 습관 아닌 죄의 문제… 성경적 세계관 통해 예방 힘쓸 것”

입력 2025-07-25 03:07
김지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한가협 사무실에서 그동안 펼쳐온 사역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국가족보건협회(한가협·김지연 대표)는 국민일보 선정 ‘2025 국민미션어워드’에서 보건 부문을 수상했다. 국민미션어워드는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선한 영향력을 끼친 개인과 단체를 발굴하고 소개하기 위한 시상식으로, 올해로 14회째를 맞았다.

한가협은 각종 중독 탈출 사역에 헌신해 온 점을 인정받았다. 그동안 교계 안팎에서 성경적 성교육, 마약·도박 중독 예방, 에이즈·성병 예방, 성폭력·성희롱·성매매 예방 교육 등을 활발히 펼쳐왔다.

“중독에 빠진 채로는 회개도 성화도 어렵습니다. 중독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죄의 종이 되는 문제입니다.”

김지연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의 한가협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독을 ‘신종 적그리스도’라고 불렀다. 심각한 영적 위협으로 인식했다. 그는 한가협 사역을 ‘진지전’이라고 표현한다. 다음세대에 성경적 세계관을 심어 진지를 구축한 뒤 중독을 막고 죄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동성애의 폐해와 포괄적차별금지법(차금법)의 문제점을 알리는 일에 집중해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 없이는 끝이 없겠더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음세대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교육하고 각계 전문가로 길러내 세상에 기독교적 가치관이 담긴 목소리를 내도록 이끌어야지 세상의 가치관에 진지를 다 뺏기고 난 후엔 그 어떤 목소리를 내도 소용이 없겠더라”고 덧붙였다.

한가협은 마약 알코올 디지털 음란물 등 각종 중독 예방과 생명존중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한다. 성교육 전문가 양성 과정도 운영한다. 또 가족보건에 관한 사항을 조사·연구하고, 건전한 가정을 보존하기 위한 관련 지식과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을 한다. 이를 통해 사회에 필요한 보건정책을 제안하고 국민 보건 향상, 사회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을 둔다.

특히 최근 개발한 음란물 중독 예방 교육 프로그램으로 특허까지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음란물 중독자의 ‘메타인지’를 자극해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다음세대에 스마트폰을 쥐여주며 단순히 “음란물 보지 마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닌, 음란물이 미치는 객관적인 폐해와 뇌 손상의 원리를 알려주고 운동, 악기 연주 등과 같은 대체 활동을 통해 뇌 회복을 유도한다.

“아이들과 교육을 하면 당장 하루 아침에 끊지는 못하더라도, ‘이게 위험한 거구나’ 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몰입도가 떨어지죠.”

이는 단순히 음란물뿐 아니라, 마약 게임 도박 SNS 등 다양한 행위의 중독 예방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이러한 성과로 지난 3월 열린 ‘2025년 제12회 대한민국 가치경영대상’에서 중독예방교육 부문을 수상했다. 청소년에게 건강한 성 가치관을 교육하고 유해 매체 중독 예방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CTS기독교방송을 통해 50회 연속 중독 예방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전국대학교수선교연합회(KUPM) 및 대학생선교회(CCC)교수선교회와 다음세대 사역과 미래 선교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중독 예방을 위한 신앙적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나섰다.

김 대표가 중독 사역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중독자들 때문이었다. 그는 “각종 중독자의 사례를 분석하고 그들의 삶을 보며 애착 결핍부터 단절된 사회관계, 바른 성 가치관 교육의 부재, 음란 미디어에의 노출, 잘못된 인권의식 등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총체적으로 기독교 세계관의 부재라 할 수 있었고, 문제 제기보다 중요한 건 해결책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지연 대표가 지난해 5월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에서 열린 금요성령집회를 통해 성경적 성교육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한가협 제공

그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다음세대다. “지금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어요. 중독적인 것에 도파민 배선을 거듭하다 보면 뇌는 쉽게 중독되고, 자제력을 잃게 됩니다. 중학생 시절 중독된 아이는 고등학생이 돼도 회복이 어렵습니다.”

그는 중독의 핵심을 ‘노력 없이도 가능한 쾌락’이라고 말한다. 악기 연주나 그림 그리기 같은 활동은 아무리 해도 중독되지 않지만, 음란물 마약 도박 게임 등은 한두 번의 경험만으로도 중독될 수 있어 그 자체로 위험하다는 것이다.

“중독이 무서운 건 반드시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는 점 때문입니다. 도파민을 중독적인 물질 행위에 낭비하면 노력이나 관계에서 오는 만족감으로 뇌의 보상회로가 충족되지 않게 돼 반동작용으로 또다시 우울감이 찾아오고 이는 곧 또 다른 중독으로 이어집니다.”

김 대표가 중독 문제에 이해가 깊은 건 약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약학대를 졸업하고 미국과 캐나다 약사고시에도 합격했다. 약국을 운영하던 중 자연스레 중독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고, 이후 중독 사역에 매진하게 됐다. 약국 일을 접고 지금 사역에 뛰어든 지도 12년 정도 됐다. 약사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도 있었음에도 이 사역에 몸담게 된 것을 두고 그는 “거창한 사명감에 불탔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성애, 차금법, 중독과 관련된 여러 사회 문제에 조금씩 목소리를 내다보니 지금에 이르렀다. 이후 백석대 대학원 중독상담학 석사와 상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대표는 가끔씩 다시 약사 본연의 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교육, 상담 등으로 현장에서 치유되고 변화된 이들을 만날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어느 날은 강의 후에 한 동성애자로부터 쪽지를 받은 적이 있어요. ‘강의를 듣고 동성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제 영혼을 살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죠. 긴장한 듯 땀으로 가득한 손을 덜덜 떨며 악수하는 그분의 모습에서 절실함이 느껴졌습니다.”

성전환을 고민하던 청소년이 회복되고, 가족이 함께 신앙을 받아들인 사례도 있다. 그는 “두란노 바이블칼리지 과정에 함께 참여하면서, 불신자였던 아버지까지 믿게 되는 걸 보았다”며 “그런 변화들을 경험할 때마다 주님이 일하고 계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복음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중독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독은 죄의 종노릇하는 것이고, 예수님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오셨습니다. 중독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복음도 뿌리내리기 어렵습니다.”

그는 특히 교회가 중독을 단지 죄의 문제로 보지 않고, 영적 심리적 사회적 총체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회가 그저 정죄하는 곳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진정한 자유를 찾도록 돕는 곳으로 인식돼야 합니다. 인간의 주권이 내가 아닌 하나님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합니다. 죄의 노예가 되는 중독의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독 예방은 교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김 대표는 한국교회가 세상의 가치관으로부터 다음세대를 지켜 내고 성경적 세계관으로 길러내기 위한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회의 사명은 사람의 영혼을 죄와 중독의 문제에서 건져내는 데 있지 않겠습니까. 이제는 교회가 중독 예방과 성경적 성 가치관 교육의 전문 훈련장이 돼야 합니다. 단순한 주장이나 운동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전문가를 키우고, 가정을 세우고, 다음세대를 위한 진지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복음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사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번 수상에 대해 “앞으로 더 똑바로, 더 거룩하게 사명을 감당하라는 주님의 메시지로 받아들인다”며 “성경적 세계관과 건강한 삶을 가르치는 사역에 더욱 헌신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