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준비 미흡한 APEC, 역량 총동원해 반전시켜야

입력 2025-07-24 01:20
김민석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종합점검회의에서 'K-APEC! 결국 국민이 합니다'를 주제로 기조 발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함께 만들자’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21개 회원국이 참여하며 각국 정상들과 수행원, 경제인 등 2만여명이 한국을 찾는다. 2005년 부산 APEC에 이어 20년 만에 다시 개최하게 된 매머드급 국제행사인 만큼 전 세계에 보란 듯이 성공적인 행사로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어제 개막 D-100일을 맞아 열린 종합점검회의에서 나온 얘기들을 들어보면 회의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준비위원장인 김민석 국무총리는 “숙소·회의장·만찬장·미디어센터는 건설 중이고, 각종 프로그램은 기획 중이며, 서비스 인력은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건설의 완료 예정은 9월 말인데 준비의 완벽을 장담하긴 촉박하며 성공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인프라 건설이 늦어지면서 행사에 필요한 내부 시설 설치나 프로그램 리허설 등도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지난 정부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계엄과 탄핵 사태가 있었다고 해도 대통령이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치러야 하는 행사인데 준비에 소홀히 한 것은 안이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남은 기간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반드시 행사를 잘 치러내야 한다. 2년 전 새만금 잼버리 대회와 같은 시설 미비나 운영 미숙 사태가 빚어져선 안 된다. 김 총리가 “성공 외 대안은 없다”면서 매주 경주에 가서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하는데, 총리뿐 아니라 장관이나 기관장, 기업인 회의를 주관하는 경제단체와 대기업들도 더 바짝 행사 준비에 신경 쓰기 바란다. 방한 외국인한테 단순히 한국이 민주주의 위기에서 회복했음을 보여주는 데 그쳐선 안 되며, 언제 그런 일을 겪었냐고 놀랄 정도로 회의 프로그램이나 행사장 시설, 운영 노하우, 손님맞이 등에 전례 없는 빼어남을 과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뿐 아니라 민간과 자치단체, 국민들까지 한마음으로 준비를 도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격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