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사회복지법인 부산희망드림센터에는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세요’라고 적힌 하늘색 상자가 전달됐다. 이 상자는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가 폭염 취약계층을 위해 제작한 쿨링키트였다. 쿨링키트에는 휴대용 선풍기, 아이스 타월, 냉각 티슈, 냉감 티셔츠 등이 복음의 메시지와 함께 담겨 있었다. 60세 이상 시니어 성도들이 부산 지역 홀로 사는 노인과 장애인 가정, 택배 종사자 등 더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300개의 쿨링키트를 전달한 것이다.
긍휼 영역을 총괄하는 박정권 목사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느 해보다 무더운 여름에 가장 어려운 하루를 보낼 이가 누구일지 생각했다”며 “우리가 전달하는 것은 작은 꾸러미지만 이것이 폭염 취약계층의 영과 육을 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영로교회와 같은 한국교회의 시원한 섬김이 이웃에게 그늘이 돼 주고 있다. 서울 영암교회(유상진 목사)는 지난 16일 사랑의전화, 안암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협력해 1인 가구에 냉방용품을 제공했다. 대림절 기간 모은 ‘밀알 헌금’을 구제 사역으로 흘려보냈다.
서울 강동구 푸른사랑의교회(김경옥 목사)가 운영하는 ‘카페제이’는 25일 지역 내 취약계층과 독거노인 160가정에 인견 이불을 선물한다. 카페 손님들의 후원금으로 마련했다. 임세휘 부목사는 “된더위를 어렵게 버티는 이웃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모인 결과”라고 전했다.
폭염에도 야외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해 정성스러운 마음을 선물하는 교회도 있다. 광주 빛고을광염교회(박이삭 목사)는 9년째 여름휴가철마다 폐지 수집 어르신들에게 ‘광염 휴가비’를 전하고 있다. 교인들이 현금 10만원을 봉투에 담아 어르신들에게 직접 전달한다.
편지에는 ‘더위 속에서도 폐지를 모으며 세상을 깨끗하게 해주시는 어르신을 존경합니다. 며칠간이라도 일손을 놓고 시원하게 쉬면 좋겠습니다. 작지만 한국교회의 사랑이 담긴 휴가비를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올해는 11명의 어르신이 이 선물을 받았다.
박이삭 목사는 “최근 폭우 때문에 폐지수집 어르신들이 일할 수 없어 생계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적은 금액이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삶의 용기를 얻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주 봉산감리교회(이은복 목사)는 2년 전부터 출근길 시민을 위한 ‘차 나눔’을 진행하고 있다. 교인들은 매주 금요일 새벽기도회가 끝나면 200여잔의 음료를 들고 거리로 나선다. 계절에 따라 제공되는 음료도 달라지는데 지난달 13일부터는 차가운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이은복 목사는 “코로나 이후 교회가 지역주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거리에 나서게 됐다”며 “처음엔 음료를 거부하시던 이들도 이제는 기분 좋게 받으신다”며 소감을 밝혔다.
박윤서 김동규 신은정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