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관세 자체를 좋아해, 더 좋은 것 내놔야 협상 가능”

입력 2025-07-23 19:02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무역 협상을 담당했던 스티븐 본(사진)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위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관세 자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본 전 대행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특파원단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부과한 자동차와 철강 등에 대한 품목관세를 조정할 여지가 낮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일본에 대한 자동차 관세율을 25%에서 절반 수준으로 인하했지만 그 밖의 교역국과의 협상에서도 품목별 관세 장벽을 완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본 전 대행은 “미국 행정부가 철강과 자동차 산업을 건전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다”며 “2028년 대선 출마자가 누구든 철강과 자동차 산업 보호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협상을 끌어내고 싶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보다 더 좋아할 만한 것을 제시해야 한다”며 “만약 관세보다 더 나은 것을 제안한다면 (협상을)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에 만족하고 있다. 관세가 미국 경제와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본 전 대행은 ‘한국의 방위비 지출 확대가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유럽인들은 국방비를 더 많이 지출하기로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한다”며 회의적으로 봤다. 또 한국 기업이 대미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것 역시 관세 완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매년 큰 흑자를 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전 대행은 “합의 시점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전날 발언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미국 경제는 매우 좋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은 낮고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며 “베선트 장관의 말은 미국이 현재 강한 협상력을 갖고 있으며 단지 체결을 위한 합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본 전 대행은 “미국이 자유무역을 해봤고 어떻게 됐는지도 봤다. 더 많은 선박을 얻지 못했고 오히려 거의 모든 조선업을 상실했다”며 “이제 미국은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또 “미국은 현재 37조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다. 올해 무역적자는 아마 1조 달러를 넘길 것”이라며 “미국은 반드시 균형 잡힌 (무역)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무역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본 전 대행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와 함께 일했다. 2017 년 미 상원이 라이트하이저 대표 임명 인준을 미루는 동안 대표대행직을 맡았고 2019년까지는 USTR 법률고문을 지냈다.

워싱턴=글·사진 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