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대의 사람도 다 그 조상들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삿 2:10)
오늘 본문은 신앙 계승의 중요성과 그 실패가 가져온 결과를 보여줍니다. 모세와 여호수아 세대가 떠난 후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다른 세대’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베푸신 은혜와 역사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각자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살며 혼란과 고통 속으로 빠졌습니다. 신앙의 기억이 끊어지면 믿음도 무너집니다. 신앙의 전승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앞선 세대가 기록하고 들려주고 남겨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농어촌과 시골 교회들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믿음의 어른들은 한 분씩 주님께 향하며 떠나가면서 그분들의 신앙 이야기도 함께 사라지고 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남겨진 것은 눈물뿐입니다. 권사님들의 기도와 장로님들의 간증은 기록되지 않은 채 기억의 한편으로 흩어지고 맙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한국교회가 지금 ‘다른 세대’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두려운 마음마저 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실패한 세대만 보여주신 것이 아닙니다. 출애굽기 17장 14절에서 하나님은 모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을 책에 기록하여 기념하게 하고 여호수아의 귀에 외워 들리라 내가 아말렉을 없이하여 천하에서 기억도 못하게 하리라.” 하나님은 아말렉과의 전투 후에 승리에 도취하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를 기록하고 다음세대가 외워 알도록 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 세대가 기억하라는 말씀을 따랐기에 여호수아 세대는 하나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교회는 다시 이 사명을 붙들어야 합니다. 설교만 남기는 교회가 되어선 안 됩니다. 성도들의 삶을 기록하고 그분들의 믿음을 보존하며 다음세대에게 들려줄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증거하는 것은 목회자의 설교뿐 아니라 바로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죽음 속에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른바 플랫폼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음악을 듣고 교육 플랫폼에서 공부를 하곤 합니다. 쇼핑은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신앙의 계승과 성도의 다양한 이야기는 왜 여전히 단편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것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지 의문부호가 떠오릅니다. 이제 교회는 이 같은 질문에 답을 준비해야 합니다. 성도의 믿음 삶을 기록하고 남기고 다음세대가 읽고 듣고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다음세대인 우리 자녀들이 ‘다른 세대’가 되지 않도록 그들의 귀에 우리의 믿음을 들려주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 교회들이 신앙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또 성도의 삶과 믿음을 기록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이 베푸신 은혜의 역사와 성도들의 삶의 이야기가 함께 남아 한국교회가 또 한 번 세대를 잇는 기념비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최충만 목사(인생화원 대표)
◇인생화원은 인구 소멸과 고령화로 사라져가는 농어촌 교회 성도들의 삶을 기록하고 신앙을 다음세대에 잇기 위해 개발된 플랫폼입니다. 성도의 간증과 기도, 손글씨와 영상이 디지털로 아카이빙되어, 사라질 위기의 교회가 역사로 남고 다음세대에게 복음이 전해지도록 돕습니다. ‘마을을 담는 교회, 복음을 남기는 사역’에 성도님들의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