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이 보여준 관세 타결 전략… 우리도 한국형 해법 찾아야

입력 2025-07-24 01:30

일본이 마침내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자동차 품목 관세는 기존 25%에서 절반 수준인 12.5%로 낮추는 대신, 미국산 쌀과 농산물 시장에 대한 일정 수준의 문호를 개방하고, 알래스카 LNG 등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실질적 패키지 딜을 성사시킨 것이다. 이로써 일본은 미국의 관세 협상 대상국 중 가장 낮은 관세율을 확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례 없는 거래”라고 자평한 이번 합의는, 국내 일각에서 회의적으로 봐왔던 미국식 관세 외교에 일본이 효과적으로 대응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도 없다.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온 일본의 타결 내용에는 오히려 참고할 만한 ‘모범 답안’이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협상 대상국들에 관세 인하의 대가로 농산물·에너지·전략 상품의 시장 확대를 요구했는데, 일본은 이에 만족할 만한 딜을 정교하게 설계해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 ‘경제안보’를 매개로 한 미·일 동맹 강화다. 일본은 반도체, 의약품 등 전략 물자 분야에서 미국과 공동의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향후 관세 부과 시에도 자국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확약을 끌어냈다. 이는 양국이 단순한 무역협정을 넘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동반자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농산물 분야에서도 일본은 최소시장접근(MMA) 제도 틀 안에서 미국산 쌀 조달 비율을 확대하겠다는 실질적 양보를 내놓았다. 국익과 정치적 부담, 산업 보호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전략적 패키지로 풀어낸 것이다.

오는 25일 열릴 ‘2+2 고위급 통상협의’는 한·미 협상의 분수령이자, 전략적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에 결국 대통령의 결단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민감 품목에 대한 신중한 조정과 함께,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패키지 딜을 제안해야 하는 건 이젠 기본 중의 기본이 됐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한·미 동맹을 경제안보 관점에서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기회라는 점을 미국측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우리의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과 함께 공급망을 재편하고,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타결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일본이 보여준 사례는 우리에겐 벤치마킹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실익을 얻되, 동맹의 가치까지 키울 수 있는 한국형 해법 제시는 온전히 이재명정부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