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윤석열정부 초반이던 2022년 무렵 희림종합건축사무소(희림) 측에 “통일교를 통해 캄보디아 사업을 도와줄 수 있다”는 취지로 접근했던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건진법사·통일교 게이트’를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은 희림 측 이사 A씨가 전씨를 통해 2022년 12월 캄보디아에서 ‘통일교 2인자’로 불린 윤모 전 세계본부장과 만나 캄보디아 관련 사업을 논의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가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추진 초반부터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씨는 2022년 희림 해외사업 부문을 맡고 있던 A씨에게 “캄보디아에서 영향력이 큰 통일교 쪽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연락했다. 전씨는 친분이 있던 희림 B이사가 2018년 별세하자 A씨에게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순수한 사업 목적으로 전씨 제안에 응했다는 게 희림 측 설명이다. 캄보디아 정계에 영향력이 큰 통일교를 통해 사업확장에 추가적인 도움을 얻을 기회로 여겼다는 것이다.
A씨는 전씨의 연락 이후 2022년 12월 캄보디아를 방문했고, 윤 전 본부장과도 만났다고 한다. A씨가 당시 “캄보디아는 가난한데 자금 융통을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윤 전 본부장은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자금을 끌어들이면 된다. PM(프로젝트매니저)만 맡아 달라”는 취지로 구체적인 사업 계획까지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22년 12월 20일 캄보디아 프놈펜 평화궁에서 이뤄진 훈 센 당시 총리와 윤 전 본부장의 면담 일정에 동행했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큰 그림을 만들자”며 “희림 대표도 한번 뵙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2022년 12월 17일로부터 사흘 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 데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큰 그림’이 통일교의 캄보디아 사업에 정부의 공적개발원조를 활용하려던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4~8월 전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샤넬 가방과 목걸이 등을 건네고, 그 대가로 캄보디아 사업 지원을 청탁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통일교 정점인 한학자 총재 지시에 의한 것인지 들여다볼 전망이다. 통일교 측은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는 입장이다.
특검이 통일교 압수수색 중 목걸이 영수증을 확보한 것을 놓고 통일교와 윤 전 본부장 간 균열도 감지됐다. 통일교 측은 “문제된 목걸이의 최초 구입 자금은 통일교 자금이 아니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자 윤 전 본부장 측은 “개인이 사적으로 구입한 물품 영수증을 단체본부가 수년간 보관할 이유가 없다”며 “조직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었던 정황”이라고 반박했다.
희림 고위 관계자는 “통일교를 통한 캄보디아 관련 수주 기록이 전무하고 전씨나 윤 전 본부장을 통한 부적절한 거래도 없었다”고 밝혔다.
박장군 구자창 박성영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