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일교 통해 캄보디아 사업 지원”… 건진법사, 희림에 선제안

입력 2025-07-22 18:54 수정 2025-07-22 23:51
김건희 특검이 21일 압수수색한 서울 강동구 희림종합건축사무소 사무실에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특검은 윤석열정부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관련 건진법사 전성배씨 청탁 의혹에 희림의 연루 가능성 등을 조사 중이다. 연합뉴스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윤석열정부 초반이던 2022년 무렵 희림종합건축사무소(희림) 측에 “통일교를 통해 캄보디아 사업을 도와줄 수 있다”는 취지로 접근했던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건진법사·통일교 게이트’를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은 희림 측 이사 A씨가 전씨를 통해 2022년 12월 캄보디아에서 ‘통일교 2인자’로 불린 윤모 전 세계본부장과 만나 캄보디아 관련 사업을 논의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가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추진 초반부터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씨는 2022년 희림 해외사업 부문을 맡고 있던 A씨에게 “캄보디아에서 영향력이 큰 통일교 쪽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연락했다. 전씨는 친분이 있던 희림 B이사가 2018년 별세하자 A씨에게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순수한 사업 목적으로 전씨 제안에 응했다는 게 희림 측 설명이다. 캄보디아 정계에 영향력이 큰 통일교를 통해 사업확장에 추가적인 도움을 얻을 기회로 여겼다는 것이다.

A씨는 전씨의 연락 이후 2022년 12월 캄보디아를 방문했고, 윤 전 본부장과도 만났다고 한다. A씨가 당시 “캄보디아는 가난한데 자금 융통을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윤 전 본부장은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자금을 끌어들이면 된다. PM(프로젝트매니저)만 맡아 달라”는 취지로 구체적인 사업 계획까지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22년 12월 20일 캄보디아 프놈펜 평화궁에서 이뤄진 훈 센 당시 총리와 윤 전 본부장의 면담 일정에 동행했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큰 그림을 만들자”며 “희림 대표도 한번 뵙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2022년 12월 17일로부터 사흘 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 데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큰 그림’이 통일교의 캄보디아 사업에 정부의 공적개발원조를 활용하려던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4~8월 전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샤넬 가방과 목걸이 등을 건네고, 그 대가로 캄보디아 사업 지원을 청탁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통일교 정점인 한학자 총재 지시에 의한 것인지 들여다볼 전망이다. 통일교 측은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는 입장이다.

특검이 통일교 압수수색 중 목걸이 영수증을 확보한 것을 놓고 통일교와 윤 전 본부장 간 균열도 감지됐다. 통일교 측은 “문제된 목걸이의 최초 구입 자금은 통일교 자금이 아니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자 윤 전 본부장 측은 “개인이 사적으로 구입한 물품 영수증을 단체본부가 수년간 보관할 이유가 없다”며 “조직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었던 정황”이라고 반박했다.

희림 고위 관계자는 “통일교를 통한 캄보디아 관련 수주 기록이 전무하고 전씨나 윤 전 본부장을 통한 부적절한 거래도 없었다”고 밝혔다.

박장군 구자창 박성영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