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배추값 더 오르나… “수급 불안 고착화” 경고

입력 2025-07-23 00:00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3개월 만에 올랐다. 이달 들어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면서 ‘7월 생산자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격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22일 서울 서초구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최현규 기자

전국을 덮친 폭우와 폭염에서 비롯된 기후플레이션 영향이 서민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가축 집단 폐사에 농작물 침수까지 겹치면서 육류와 채소 등 밥상물가 상승세가 우려된다. 여름철 보양식 수요가 몰리는 시기와 맞물려 가격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2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1~22일) 생계 유통가격은 1㎏에 2038.7원으로 전년 동월(1563원)보다 약 30.4% 올랐다. 평년 가격(1743원)보다도 약 17.0% 높은 수준이다. 육계 가격은 통상 복날이 있는 하절기에 오르지만 올해는 4~5월에 이미 2000원대를 넘긴 상태다.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닭고기 수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외식물가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삼계탕 한 그릇 평균가격은 1만7654원으로 1년 전(1만6885원)보다 4.6% 올랐다. 삼계탕값이 곧 1만80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농작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축구장 약 4만1000개에 해당하는 면적의 농작물 경작지(2만9448㏊)가 침수됐다. 벼(2만5517㏊) 피해가 가장 컸고, 논콩(2108㏊)이 뒤를 이었다. 고추(344㏊) 딸기(162㏊) 멜론(145㏊) 대파·수박(각 132㏊) 포도(105㏊) 등도 피해를 봤다.

벼는 퇴수 후 회복 가능성이 있지만 수박·멜론·고추·딸기 등 과채류는 생육 피해로 인해 가격 급등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과피 손상, 수분 과잉으로 상품성이 떨어진 농산물은 폐기되는 경우가 많아 수급 불균형이 불가피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수박 한 통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3만1163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2만4841원)보다 25.5% 비쌌다.

소비자물가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도 소폭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19.77(2020년 수준 100)로 석 달 만에 반등했다. 축산물(2.4%) 농산물(1.5%) 등을 포함한 농림수산품이 0.6% 높아졌다. 배추(31.1%) 돼지고기(9.5%) 달걀(4.4%) 등이 크게 올랐다. 폭염과 폭우 영향을 받은 이달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급 불안이 고착화하는 상황을 경고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농수산품 가격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유통과정을 투명화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속 가능한 소비와 관련해 정부가 시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신주은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