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구호품을 받으려던 민간인들이 숨지는 참사가 반복되자 영국·일본 등 28개국과 유럽연합(EU)이 가자지구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스라엘이 운영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 구호품 배급소가 오히려 민간인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8개국 외무장관과 EU는 21일(이하 현지시간) 공동성명에서 “가자지구 전쟁은 지금 당장 끝나야 한다”며 “이스라엘 정부의 구호품 전달 방식은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인간 존엄성을 해친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이 구호품 전달 제한을 즉각 해제하고 유엔과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에는 주요 7개국(G7) 회원 5개국이 참여했지만 미국과 독일은 빠졌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한다며 지난 5월부터 GHF를 통한 제한적 배급만 허용하고 있다. 가자지구 민방위대는 지난 20일 구호품을 받으러 몰려든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향해 이스라엘군이 총격을 가해 9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즉각적 위협에 대응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그간 GHF에서 식량을 받으려다 숨진 팔레스타인인이 870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민간인 사망 보도를 언급하며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결코 좋아하지 않으며, 살상 행위 중단과 휴전을 바란다”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성당 폭격 등에 당황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바로 잡으려 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지상군은 이날 인질 억류 지역으로 추정되는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로 진격했다.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서 지상전을 단행한 것은 2023년 10월 개전 후 처음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직원 숙소 등이 공격받았다며 규탄 성명을 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야전병원 책임자이자 보건부 고위 관리인 마르완 알함스를 구금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