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장바구니 물가를 또다시 흔들고 있다. 이달 초 때 이른 폭염은 곧 기록적인 폭우로 바뀌더니 다시 폭염으로 전환됐다. 바짝 말라버린 논밭, 침수된 농가, 무너진 산에서 병해·낙과·폐기·폐사 등이 일어나고 있다. 농축산물의 생산 차질은 공급 감소로 이어지고 판매 가격을 밀어 올린다. 계절마다 강도를 더해가며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상기후에 따른 물가 상승인 ‘기후플레이션’이 뉴노멀로 자리 잡는 형국이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집중호우로 논밭 2만9448㏊가 침수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여의도의 101배, 서울 면적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침수된 농경지가 채 복구되기도 전에 또다시 폭염이 밀려들며 추가 피해 가능성도 커졌다.
수박·참외·오이 등 출하가 빠른 과채류는 침수 피해가 곧바로 상품성 하락과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1일 도매가 기준 수박(8㎏)은 전월 대비 56.7%, 토마토(5㎏)는 100.9% 올랐다. 배추(61.9%) 시금치(186.2%) 깻잎(88.6%) 등도 큰 폭으로 뛰었다. 일주일 만의 급격한 상승세다. 기후위기가 실물경제를 흔드는 상시적 위협이 됐다는 걸 실감케 한다.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집중호우 직격탄에 가금류 160만 마리가 폐사했다. 육계(1㎏) 도매가는 전주 대비 20% 상승했다. 신선식품 가격 급등이 외식물가 상승으로 확산하는 상황도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폭염에 따른 젖소 착유량 감소는 유제품·디저트류 등의 원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번 여름에도 연쇄적인 외식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기후위기가 상시화한 만큼 단기 처방이 아닌 구조적 대응 체계를 시급히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폭염과 홍수 등으로 인한 농축수산물 생산량 널뛰기는 영원히 불가피할 것”이라며 “시장을 일부 개방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술 강화도 방법으로 제시됐다. 석 교수는 “스마트팜이나 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 작물 다변화 등 영농 연구·개발(R&D)로 수급 안정을 도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다연 신주은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