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이 시도당위원장 자리를 이례적으로 대거 꿰찬 것으로 나타났다. 신임 시도당위원장은 2026년 지방선거 기초의원 등의 공천을 지휘하는데, 다음 총선용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쇄신보다 실리 챙기기에만 매몰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22일 “평소에는 인기 없는 자리인데 이번 시도당위원장은 당 주류들이 대거 들어와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박성민(울산), 정동만(부산), 이철규(강원), 구자근(경북) 등 17개 시도당 중 16명의 위원장 선출을 완료한 상태다. 대체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거나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적극 참여했던 옛 친윤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친윤 일색’이라는 비판에도 주류 의원들이 위원장 자리를 점령한 건 지선 공천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임 위원장들은 내년 6·3 지선에서 구청장·시장·군수 등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 기초의원의 공천 관리 권한을 갖는다. 당 관계자는 “이번 시도당위원장은 지선을 앞두고 있어 실질적 권한 행사를 하며 지역구 조직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시도당은 중앙당보다 지선 결과에 자유롭다는 점에서 ‘숨겨진 알짜 자리’라는 평가다. 당 관계자는 “지선에서 참패해도 관심은 광역단체장에게 쏠리기 때문에 시도당은 비교적 책임에서 자유롭다”며 “알짜 중의 알짜 자리”라고 말했다. 굵직한 광역단체장 공천은 중앙당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지선 패배 시 당 지도부에 책임이 쏠린다. 시도당위원장은 조직을 관리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책임소재가 덜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인기 상임위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 중 시도당위원장이 5명이나 있다는 건 주류 중의 주류 자리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보수 핵심인 대구시당위원장 자리를 두고는 이인선 의원과 권영진 의원이 이례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시당위원장은 선수와 나이를 고려한 합의 추대가 관행인데 권 의원이 경선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갈등을 겪었다. 권 의원은 통화에서 “대구의 변화를 위해 결선을 주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당내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공천권이 달려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공석으로 남아 있는 마지막 서울시당위원장은 경선으로 뽑는다는 방침이다. 윤희숙 혁신위가 시도당위원장을 당원 투표로 선출하자는 혁신안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당위원장 선거는 조정훈(마포갑), 배현진(송파을) 의원과 강성만 금천구 당협위원장 3파전 구도로 치러질 예정이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은 충남 예산을 방문해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나섰다.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한 김문수 후보도 예정에 없이 방문했다. 그는 “같은 당인데 따로 올 게 있느냐”고 말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