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에서 한때 최대 파벌이던 ‘아베파’ 의원들이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의 연이은 패배로 4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 파벌 간 세력 구도가 균등하게 재편되면서 ‘비주류’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향한 퇴진론이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2일 “자민당에서 ‘아소파’를 제외한 파벌은 모두 해산됐지만 선거 국면에선 현역 의원들이 과거의 소속 세력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며 “참의원 선거 이후 옛 아베파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이전과 비교해 40%나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은 2022년 폭로된 정치자금 수입 미기재 사건을 계기로 아소 다로 전 총리 중심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당내 파벌을 해체했다. 그 여파로 당내 비주류였던 이시바 총리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다. 이시바는 지난해 10월 조기 총선(중의원 선거)과 지난 20 일 참의원 선거에서 2연패를 당했고, 이 과정에서 100명에 달했던 옛 아베파 의원 40명가량이 낙선했다.
현직 자민당 의원 가운데 옛 아베파는 53명으로 여전히 가장 많지만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 중심의 옛 ‘모테기파’ 44명, 아소파 43명,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중심의 옛 ‘기시다파’ 37명 등으로 어느 파벌로도 힘이 쏠리지 않는다. 닛케이는 “당내 다른 파벌들이 옛 아베파와 힘의 격차를 좁히면서 당내 역학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며 “이시바와 오랫동안 대립해 온 옛 아베파의 위축은 내각의 국정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시바가 참의원 선거 당일 밤 개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취재진에게 “여러 정책에서 국가를 위해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연임을 시사한 것도 당내 세력 구도 변화를 미리 파악하고 선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이시바가 선수를 친 것은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봉쇄하려는 의도”라며 “이시바 측근들이 선거를 하루 앞두고 도쿄의 한 호텔에 모여 총리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시바가 버티기에 들어가자 각료들도 힘을 보태고 나섰다.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총무상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공명당의 참의원 선거 참패에 대해 “정말 이시바 총리 개인의 책임인가”라며 “자민당이 10여년 동안 벌여온 여러 문제가 선거에서 터져나온 것이며 그 부정적 유산을 이시바 총리였기에 짊어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