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욱 자진 사퇴… “극우인사 가져다 쓴다고 국민통합 아니다”

입력 2025-07-22 18:46
강준욱(왼쪽)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강 전 비서관은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한 글이 논란을 빚자 22일 자진 사퇴했다. 연합뉴스

국민 통합의 의미로 보수 진영 추천을 받아 임명된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자진 사퇴했다.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등 과거 극우 주장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통합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재명정부가 진정한 ‘통합 인사’를 하기 위해선 단순히 보수 진영의 사람을 데려오는 형식에 매몰될 게 아니라 해당 인사가 정권의 정책·정무적 역량을 실질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강 비서관이 자진 사퇴의 뜻을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이 수용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넓게 포용하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따라 보수계 인사 추천을 거쳐 임명했지만, 국민주권정부의 국정 철학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며 “후임자는 이재명정부 정치철학을 이해하고 통합의 가치에 걸맞은 인물로 보수계 인사 중에서 임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비서관은 동국대 교수이던 올해 3월 펴낸 ‘야만의 민주주의’란 저서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옹호했다. 또 SNS에 일제 강제징용을 부정하거나 5·18광주민주화운동 참여 시민을 ‘폭도’라 거론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국민 통합을 위해 임명한 인사가 도리어 통합을 저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민주당 출신의 한 원로 정치인은 “통합 인사에 관해서라면 어떤 시도를 해도 좋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이 보기에 통합으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신중하게, 면밀한 전후좌우의 맥락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순히 후속 인사도 보수 진영의 추천을 받겠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인사가 징검다리 역할,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도 “보수 인사 중에서도 원칙을 지키고 합리적인 기준을 갖춘 사람이어야 보수 진영에서도 인정받는다”며 “그런 분들을 임명해야 정책적, 정무적인 외연을 더 넓힐 수 있는 통합 인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생각이 우리와 다른 보수 인사도 함께할 수 있지만, 헌법적 가치를 벗어나선 안 되고, 진영 안에서 신망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인사가 소수 측근에 의해 좌우되다 보니 강 비서관의 저서에 나온 내용조차 거르지 못할 만큼 검증이 부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실 내부 검증 시스템이 측근에 의해 좌우되고, 이를 견제할 직언을 할 수조차 없는 구조가 아닌지 우려된다”며 “인사 검증에 있어 독립적인 외부 자문 기구를 꾸리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평판 조회나 논문, 저서 등을 검증하는 건 금방 할 수 있는 것이고 한두 번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역대 정권에서 계속 반복했던 실수를 또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에는 보수나 진보가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여론을 따르는 게 가장 통합적인 행동”이라며 “선별적으로 여론을 수용해선 안 된다. 그건 여론을 따르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 대변인은 “인수위 없는 정부로서 사후적으로라도 검증의 한도를 넘는 문제가 발견됐을 때 책임지는 태도에 대해 주목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동환 윤예솔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