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양곡관리법을 포함한 일명 ‘농업 4법’을 개정해도 추가 재정 소요는 많지 않다는 내용을 대통령실과 여당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정부 당시 양곡관리법 개정에만 1조4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지만 정부는 의무매입 조항을 빼 재정 부담을 덜어내기로 했다. 당정은 추가 재정 부담을 덜어낸 만큼 ‘농업 4법’을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뜻을 모았다.
2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제1차 실무 고위당정협의에서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는 자체 시뮬레이션한 법안별 재정 소요 결과를 대통령실과 민주당에 보고했다.
농식품부는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농가와 어가를 지원하는 농어업재해대책법의 경우 개정안 통과 시 16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추계했다. 지난해 두 차례 지원한 금액(153억원)보다 12억원가량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기재부도 추가 재정이 최대 25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여야 간 견해차가 가장 컸던 양곡관리법은 초과 물량이 나오지 않도록 수급 균형을 이뤄 예산을 한 푼도 쓰지 않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양곡관리법은 매년 7000억~8000억원 규모의 격리 비용이 필요한데, 전략적으로 대체 작물을 많이 심어 쌀 경작량을 줄이면 초과 물량에 대한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양곡관리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법안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4월 거부권을 행사하며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조항을 문제 삼았다. 당시 윤 정부 농식품부는 쌀 의무 매입에 1조40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에 추진 중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엔 국민의힘의 반대가 극심한 쌀 의무매입 조항은 제외될 것으로 파악됐다. 쌀 대신 다른 작물을 키우도록 유도해 쌀 생산량을 낮추면 쌀 초과 생산량이 낮아져 의무매입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양곡관리법이 통과되면 2030년 1조4000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통계가 있었지만 수급 균형을 이루면 비용은 ‘제로(0)’에 수렴한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벼 대신 콩이나 옥수수 등 다른 작물을 심도록 유도하기 위해 전략작물직불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쌀 수급 균형을 모색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직불금 예산이 2400억원이었는데 내년은 1000억원 정도 더 늘릴 예정”이라며 “당에 직불금 예산을 충분히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농업 4법은 양곡관리법과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농안법)을 가리킨다. 이 대통령의 10대 공약에 포함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추가 소요 예산이 크지 않은 만큼 여야 합의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혜원 한웅희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