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조 ‘구위’에 순위 달렸다… 선발 빼내 불펜 전환 승부수

입력 2025-07-23 01:04

프로야구 구단들이 선발 자원을 불펜으로 돌리는 파격적인 카드로 후반기 총력전에 나섰다. 체력 부담이 큰 8월을 앞두고 마운드의 허리를 강화해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이다.

한화 이글스는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우완 사이드암 엄상백을 불펜으로 돌리고 좌완 신예 황준서를 선발로 투입했다. 올 시즌 한화는 22일 현재까지 2025 KBO리그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독주 체제 굳히기를 위해 선발진 개편을 결정했다. 엄상백은 선발이 조기에 무너질 때나 구원 투수로만 경기를 풀어가는 ‘불펜 데이’에 롱릴리프로 나설 전망이다.

한화는 엄상백 활용법을 두고 고심이 컸다. 엄상백은 2022시즌부터 꾸준히 선발 보직을 소화해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적 첫해인 올 전반기 15경기에 나와 1승 평균자책점 6.33으로 부진했다.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 문동주로 이어지는 한화 선발진은 제 몫을 하고 있지만,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엄상백이 불펜에 자리를 잡으면 선발이 갑작스럽게 흔들리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5강 싸움을 이어가는 KT 위즈는 소형준의 불펜행을 예고했다. KT의 이 같은 선택은 다소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형준은 전반기 7승을 올리며 팀 내 다승 3위에 올랐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는 KT 투수 중 가장 많은 14회를 기록 중이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소형준의 불펜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소형준은 2023시즌 중반 팔꿈치 인대 접합(토미존) 수술을 받고 지난해 9월 복귀했다. 올 시즌 이닝 제한이 설정된 상태다.

소형준이 자리를 옮긴 데는 KT 불펜의 속사정도 있다. 전반기의 절반가량을 부상으로 결장했던 필승조 손동현은 지난 20일 한화전에서 1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복귀는 했지만 아직 경기 감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마당쇠’ 김민수는 평균자책점 4점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위권 탈출이 시급한 9위 두산 베어스는 전반기 16경기를 모두 선발로 나온 최원준을 남은 시즌 동안 불펜에 대기시킨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이영하, 박치국, 김택연으로 구성된 필승조가 과부하 상태라고 판단해 최원준을 새 불펜 카드로 낙점했다. 최원준은 지난 19일 SSG 랜더스전에서 8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조 감독대행의 기대에 부응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