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vs 공정위’ 대립에 발목 잡힌 배달수수료 상한제

입력 2025-07-23 00:12

이재명정부 대선 공약인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 논의가 정부 부처 간 ‘관할 떠넘기기’ 속에 표류하고 있다. 배달앱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을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외식산업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상대방의 소관 법령에 넣어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우면서다.

이들 부처는 지난해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와 소상공인 간 수수료 갈등을 해결하겠다며 배달앱 상생 협의체를 운영했다. 그러나 수수료 상한제 법제화 앞에서는 서로 팔짱만 낀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22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농식품부는 지난 11일 내부 보고서인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 방안 검토안’에서 “통신판매중개업자인 배달앱의 수수료 규제는 관련 업종의 의무·책임 등을 규정한 법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정리하고 이를 국회 등에 전달했다. 공정위는 지난 17일 국회 당정 간담회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농식품부 소관인 외식산업진흥법(외식법)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보다 먼저 두 부처 간 물밑 갈등이 이어진 것이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음식 등을 판매하는 사업자가 부담하는 배달앱 중개·결제 수수료와 배달비 등이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정부는 수수료 상한제 규정을 어느 법에 담을지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에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담을 경우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온플법은 모든 대상과 상황에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일반법이다. 이로 인해 구글·애플 등 미국 기업의 앱마켓 수수료까지 제한할 수 있고, 대미 통상 마찰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그렇다고 배달앱 수수료 문제를 외식법에 담을 수는 없다”고 반발한다. 외식법은 외식사업자에 대한 지원방안 등을 규정하는 법안이다. 배달앱과 같은 플랫폼에 대한 규제·처벌 조항 등을 담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배달앱과 플랫폼 수수료 문제는 외식업을 넘어 마트와 편의점, 인터넷 쇼핑몰 등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라며 “배달앱 3사에 대한 감독과 처벌 규정을 외식법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간 엇박자에 배달앱과 자영업자의 수수료 갈등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배달앱 3사는 지난해 11월 기존 9% 수수료율을 2.0~7.8%로 낮추는 상생안을 내놨다. 하지만 자영업 단체들은 중개·결제 수수료와 배달비 등을 더한 총수수료율은 주문 금액의 30~40%에 달한다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장 판매 가격보다 배달앱 가격을 더 높이는 ‘이중가격제’가 자리를 잡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배달앱 관련 갈등과 쟁점이 복잡한데 부처 간 핑퐁게임 양상까지 나타나선 안 된다”며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를 조율하고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