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기기 그대로 현금 70만원 지급’ ‘폴드7·플립7 개통시 가전 증정’.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된 22일 오전 휴대전화 판매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와 인근 휴대폰 유통점 곳곳에 파격적인 혜택을 내건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단통법이 사라진 첫날부터 유통점별 휴대폰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통신사 공시지원금의 15% 한도로 제한됐던 유통점 추가지원금 상한이 없어지면서 매장별 자율적인 보조금 지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제전자센터 A매장 점주는 “갤럭시Z 폴드7이 183만원, 플립7은 98만원”이라고 안내했다. 같은 층의 B매장에서는 이를 각각 138만원, 49만원에 판매 중이었다. 국제전자센터 주변의 한 휴대폰 유통점은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다. 폴드7 69만원, 플립7 14만원으로 A매장과는 몇 배 차이가 났다. 국제전자센터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C씨는 “다음 주 혹은 8월 초쯤부터 가격 차가 더 벌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유통점에서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한 부가 조건을 달았다. 9만~11만원짜리 고액 요금제를 6개월 간 사용한 후 4만~5만원 이상 요금제로 변경할 수 있는 방식이 대표적이었다. 2년 약정 동안 매달 6500~1만3000원의 휴대폰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하는 조건이 붙기도 했다.
11년간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가드레일 역할을 하던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이동통신사·유통점 간 보조금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신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길이 열린 셈이기도 하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SK텔레콤의 해킹 이슈로 가입자 변동이 많은 상황인 만큼 적어도 단통법 폐지 초기에는 3사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원금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남 성지에서 갤럭시S25를 -50만원에 판매 중이다” “갤럭시Z 플립7 -30만원에 구매했다” 등 되레 돈을 받고 휴대폰을 구매했다는 ‘페이백’ 후기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단통법 폐지로 유통점별 보조금 편차가 커지면서 고령층 등 정보 접근이 어려운 디지털 취약계층이 지원금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생겨났다. 당초 정보 격차로 인한 소비자 보조금 차별을 막자는 게 단통법 제정 취지였던 만큼 해당 제도가 사라지며 다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거주지역·나이·신체적 조건에 따른 차별 금지 규정은 유지됐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 같은 규정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복잡해진 보조금 경쟁 속에서 ‘호갱(호구+고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꼼꼼한 계약서 작성 및 확인 절차가 필수적이다. 자신이 받은 보조금 정보를 정확히 파악해야 추후 위약금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불완전 판매 피해 위험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날 이동통신 3사의 신규 계약서 양식 등의 교육·전달 현황을 재점검했다.
글·사진=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