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의사 집단휴진 관련 서울대병원 의사들의 진료 거부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의사 집단행동에 엄정 대응하겠다며 환자의 피해 신고를 독려했지만 실제 처벌을 받은 의사는 단 1명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에 호응해 용기를 냈던 일부 환자만 개인 신상이 노출되는 피해를 봤다.
22일 보건복지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해 6~7월 접수된 서울대병원 의사 2명의 진료 거부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서울대병원 의사들의 무기한 휴진에 따라 보건복지부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진료 거부 의심 사례 중 정부가 수사 의뢰한 사건이다. 하지만 경찰은 특별히 수사할 만한 사항이 없다고 판단해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난 뒤 “의료 공백으로 피해를 본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고 민·형사상 소송도 돕겠다”며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열었다. 센터에는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933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931건은 수사 절차로 넘어가지 못하고 유야무야됐다. 복지부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더라도 의료 공백에 따른 피해는 환자가 직접 입증해야 했다. 통상적으로 수사가 개시되면 환자의 개인정보가 병원 측에 제공될 수밖에 없다. 환자들은 쉽게 병원을 옮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갑(甲)’의 지위에 있는 병원과 싸우는 것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환자가 수사 의뢰에 따른 모든 부담을 져야 하는 탓에 실제 수사 의뢰가 이뤄진 것은 2건뿐이었다. 그나마 이마저도 무혐의 처리가 되면서 진료 거부를 한 의료진에 대한 처벌은 구호에 그쳤다.
일부 환자가 신고할 용기를 냈지만 보건복지부가 수사 의뢰에 소극적이었던 정황도 파악됐다. 환자 A씨는 지난해 6월 서울대병원 의사의 진료 취소, 진료 연기에 따른 피해 1건씩을 신고했지만 경찰에 수사 의뢰된 사건은 진료 연기 1건뿐이었다. A씨가 일부만 수사 의뢰된 이유를 따져 묻자 복지부는 나머지 사건도 경찰에 공유했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복지부는 뒤늦게 의뢰하지 않았던 사건을 A씨의 항의를 받은 뒤 약 한 달 뒤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나오면서 A씨의 경우 정부 말만 믿고 신고했다가 개인정보만 노출된 셈이 됐다. 의·정 갈등 국면에서 드러난 정부의 보여주기식 정책의 한 단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