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북 유화책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정권 성향과 상관없이 52년간 해온 대북 라디오·TV 방송 송출을 최근 중단했다. 정부는 비공개했던 북한 만화·영화 등도 개방할 계획이며 북한 내 개별관광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의 소통 재개를 위한 밑그림으로 보이나 지나친 속도전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없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남북 협력 및 화해 필요성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경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 요인 중 하나가 남북 갈등과 분단 리스크다. 한반도 평화 무드는 경제뿐 아니라 외교, 안보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의의가 있다고 무작정 일을 진행하자는 건 순진한 발상이다. 특히 국정원 대북방송 중단은 진보 정권인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에서도 없었던 조치여서 이해하기 어렵다. 많은 탈북자들이 남한 방송을 접한 뒤 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만큼 대북방송은 북 주민에게 진실의 소리를 전달해준 수단이었다. 북 정권이 신경쓰였다면 남북관계 개선 및 공존의 내용을 방송에 담으면 될 일이지 송출을 끊는 건 과유불급이다. 대북방송은 중단하면서 북한 콘텐츠는 적극 받아들이자는 발상도 납득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북한이 우리 선의를 순순히 받아줄지 의문이다. 북한은 적대적 2국가 기조로 남한과의 단절을 꾀하고 있고 실질적 핵 위협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우크라이나전 참전 이후 북·러 밀착으로 관광 등 남측과의 교류·협력 관심은 줄어든 듯하다. 게다가 북한은 집중 호우로 남한이 물난리가 난 지난 18일 황강댐을 아무런 통보없이 방류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했다. 우리측 일방 조치만으로는 남북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과의 대화 창구 복원은 의미가 있다. 다만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동맹 등과의 연대를 통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만드는 일이 더 시급함을 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