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과 日에 뿌린 복음 꽃씨… 19년 만에 교회 7곳 ‘활짝’

입력 2025-07-23 03:01
도쿄 메구로구의 바람과불꽃교회 등 7개 일본 교회를 개척한 유태호·강행숙 선교사가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화곡순복음교회에서 제자들과 모인 자리에서 일본선교회 조연화(왼쪽) 목사에게 꽃바구니를 받고 있다.

“2008년 주일본 대사관에 육군 무관으로 파견 당시 한 선배가 권유해서 예의상 교회를 한 번 나갔어요. 선교사님이 친절하게 ‘다음 주에도 오시죠’라고 물으셔서 거절하지 못하고 두 번, 세 번 나갔더니 어느새 제가 교회에 정착해 있더라고요.”

복음의 불모지인 일본, 그중에서도 대사관 직원과 기업 주재원이 밀집한 도쿄 메구로구의 유태호·강행숙 부부 선교사가 세운 ‘바람과불꽃교회’에서 믿음 생활을 시작한 박종근 집사는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화곡순복음교회(김성호 목사)에서 열린 제자 모임에서 일본 현지 근무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방한해 모임에 참석한 유 선교사도 “학창시절 다른 종교에 깊이 빠져 있던 터라 양육훈련 내내 쉽지 않은 성도였는데 지금은 신대원까지 다닌다고 하니 정말 감격스럽다”고 화답했다.

일본 복음화를 위해 뒤늦게 서원한 선교사 부부는 박 집사와 같은 제자들과 지난 19년 동안 일본에서 교회 7곳을 세웠다. 이들은 매년 7월 셋째 주 ‘바람과불꽃교회 한국 아웃리치’라는 이름으로 모여 신앙의 여정을 나누고 있다. 비 오는 궂은 날씨에 열린 이날 모임에도 80여명이 참석했고 일본 선교를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유 선교사 부부는 전직 중·고등학교 교사였다. 2006년과 2007년 명예퇴직 후 같은 해 3월 메구로구에 정착했고 가정집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8년 전 죽음의 문턱에서 서원하면서였다. 결혼하면 교회에 가겠다는 약속과 달리 남편은 아내의 신앙을 핍박했고, 이는 가정불화로 이어졌다. 유 선교사는 “42세에 위암 판정을 받았다”며 “그제야 처음으로 하나님께 무릎 꿇고 ‘선교는 몰라도 일본어는 할 수 있으니 살려주신다면 50세에 일본으로 가서 선교하겠다’고 간절히 기도했다”고 했다.

눈물의 회심 후 유 선교사는 낮에는 교사로 밤에는 한세대 영산신대원에서 공부했다. 50세에 명예퇴직한 그는 일본 전국의 47개 행정구역에 교회를 세우겠다는 비전을 품었다. 퇴직금 1억원은 1호 교회 설립의 씨앗이 됐다. 교회가 처음 세워진 메구로구는 외국 대사관과 다국적 기업이 밀집한 지역과 가까워 대사관 직원과 주재원이 많이 살았다. 부부는 교회에서 이들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등 일상 속에서 말씀을 실천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줬다. 부부의 헌신에 감동한 성도들은 일본을 떠난 뒤에도 기도와 물질로 동역하고 있다.

박 집사는 “유 선교사 부부는 교회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목회자와 성도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주셨다”며 “우리에게 바람과불꽃교회는 예배처소를 넘어 그리움과 따뜻함으로 남아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유 선교사 부부는 오는 10월에는 나고야에 8번째 교회의 문을 연다. 유 선교사는 “한국과 일본에 흩어져 있어도 일본 복음을 위해 한마음으로 동역해주는 성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일본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글·사진=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