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 K팝 아이돌 되다’ 이런 제목은 난감하더라고요. 탈북민 아이돌보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룹 유니버스(1verse)의 멤버 혁은 21일 서울 강남구 한 연습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국적 K팝 보이그룹 유니버스는 탈북민 출신인 혁과 석, 라오스 태국계 미국인 네이슨, 중국계 미국인 케니, 일본인 아이토 등 5인으로 구성됐다. 특히 2000년생 동갑내기인 혁과 석은 각각 다른 북한 지역에서 살다가, 2013년과 2019년에 탈북했다.
사상 첫 ‘탈북민 출신’ 아이돌 등장에 AP CNN 로이터 등 해외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며 국내외에서 관심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혁은 “K팝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해서 우리 그룹에 관심을 보이는 건 감사하다”면서도 “몇몇 멤버 얘기보다 그룹의 이야기를 담아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팀명엔 ‘하나의 구절(verse)이 모여 음악이 되듯, 흩어진 존재들이 모여 세계(universe)가 만들어진다’는 의미가 담겼다. 일본인 아이토는 본래 댄서를 꿈꿨으나 우연히 슈퍼주니어 예성의 무대를 보고 “아이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미국 아칸소주 출신인 네이슨은 엑소의 ‘으르렁’에 매료돼 유튜브와 틱톡에 꾸준히 K팝 영상을 올리다 소속사의 제안을 받았다.
이들이 낯선 한국에서 한 팀이 되기까지 3년 6개월이 걸렸다. 혁은 2021년 9월 소속사 첫 연습생으로 합류했고, 석은 1년 뒤 들어왔다. 이어 케이, 아이토, 네이슨 순으로 합류했다. 특히 혁과 석은 한국 대중문화를 접한 경험이 별로 없어 문화이해 수업과 토론 수업 등을 통해 부족함을 메웠다. 석은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습 과정에서 문화 차이로 막내 아이토가 눈물을 보이는 해프닝도 있었다. 아이토는 “댄스 안무를 가르치는데 일본에서와 달리 형들이 지시를 명확히 하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케니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며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좋은 점”이라고 덧붙였다.
유니버스는 지난 18일 데뷔 싱글 ‘더 퍼스트 벌스’를 선보였다. 트랩에 드럼앤베이스를 결합한 타이틀곡 ‘섀터드’와 신스팝 분위기의 곡 ‘멀티버스’가 수록됐다. 글로벌 팬들의 반응이 벌써 뜨겁다. 데뷔 전부터 유튜브와 틱톡 등을 통해 보컬, 댄스 커버를 선보이며 팬덤을 형성해왔는데, 현재 채널의 팔로워 수가 100만명에 달한다. 스타즈(팬덤명)는 189만표를 모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이들을 소개하는 데 성공했다.
유니버스는 다음 달 미국 캘리포니아 K컬처 페스티벌 ‘K PLAY! FEST’에서 첫 무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활동에 나선다. 소속사 씽잉비틀의 조미쉘 대표는 “글로벌 팬층을 우선 공략해 성과를 낸 뒤 한국 무대에 성공적으로 복귀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