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대안 우파

입력 2025-07-23 00:40

대안 우파(alternative right)란 용어는 미국에서 생겨났다. 오바마의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고 공화당이 비틀거릴 때, “미국은 대안적 우파가 필요하다”고 했던 보수 철학자 폴 고트프리드의 연설에서 비롯됐다. 이를 백인우월주의 웹진이 제호로 갖다 쓰더니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 포첸을 통해 대중화했다. 말 그대로 기존 우파 정치의 대안이란 뜻인데, 주로 반(反)이민 반세계화 반페미니즘 등 보수의 변방에 머물던 세력이 그 대안이기를 자처했다. 이들을 지지기반에 규합해 정권을 잡은 이가 트럼프다.

트럼프의 등장은 유럽의 대안 우파 세력에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 그의 첫 집권 후 10년 동안 ‘국민연합’(프랑스) ‘독일을 위한 대안’ ‘이탈리아 형제들’ ‘복스’(스페인) 같은 극우 정당이 정권을 잡았거나 넘보게 됐다. 이들은 기존 보수 정당의 위기를 틈타 선명한 구호로 확보한 지지층이 결핍과 소외, 불만과 분노를 품고 있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미국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 “파리는 우리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프랑스 농촌 저소득층, “엘리트는 북부만 챙긴다”는 이탈리아 남부 빈민층 등등.

최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참정당도 대안 우파를 규정하는 공식에 들어맞아 보인다. 트럼프를 본떠 ‘일본인 퍼스트’를 외치고, 자민당의 위기를 기회 삼아, ‘로스 제네’(잃어버린 세대)의 분노를 동력 삼아 지지층을 넓혔다. 그런데 이 당의 정책집을 뜯어보면 갸웃하게 된다. ‘미군정의 밀가루 보급은 일본인을 약체화하려는 음모’라거나 ‘약과 백신이 없는 의료체계’ ‘국민주권이 아닌 국가주권주의’ 같은 황당한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내용에 눈을 떠야 한다고 촉구하는 대목에선 종교집단 냄새도 풍긴다. 미국에서 유럽을 거쳐 일본으로 넘어온 대안 우파 현상이 기이하게 변형돼 상륙한 것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자민당보다 더한 위기인 국민의힘은 이런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전한길씨 입당 논란처럼 대안 우파를 자처하는 이들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듯한데….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