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크림 실종… 대책 쥐어짜는 자영업자

입력 2025-07-23 02:03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으로 외식물가 인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백모(42)씨는 최근 ‘생크림 대란’으로 디저트 가격 인상을 고민 중이다. 백씨는 “음료와 디저트 핵심 재료인데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말도 못하게 비싸다”며 “대체재인 동물성 휘핑크림도 값이 올라서 원가 부담이 너무 커졌다. 여름 내내 이 상황이 지속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21~22일 서울시내 주요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생크림 판매 현황을 취재한 결과 ‘품절’과 ‘입고 지연’ 상태가 지속 중이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자사몰과 쿠팡·컬리 등 주요 플랫폼에서 생크림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오픈마켓에서는 500㎖ 기준 생크림 가격이 1만7000~1만8000원에 이른다. 평소보다 배 가까이 올랐다.

생크림 품절사태를 빚은 핵심 원인도 ‘기후위기’에 있다. 이 경우엔 폭염이 문제다. 국내 젖소 대부분을 차지하는 홀스타인 품종은 높은 기온에 민감해 여름철 원유 생산량이 급감한다. 이달 초부터 본격화한 폭염은 젖소의 생산성을 뚝 떨어뜨렸다.

공급 부족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유제품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9% 증가했지만, 생크림 공급은 수요의 70%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안정적 공급처가 없는 이들끼리 생크림 수급이 가능한 납품처를 공유하거나 대체재 활용 노하우를 나누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유럽의 폭염과 공급망 불안으로 버터와 크림 가격 상황이 당분간 나아지기 어렵다”며 “올해 유럽과 뉴질랜드의 버터 재고는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기후위기는 한국 식품·외식물가에까지 여파를 미친다. 밀가루, 설탕 등 주요 식품 원재료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밀가루의 국내산 사용 비중은 0.2%에 불과하고, 백설탕은 사실상 전량 수입한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