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권력자가 내란 수괴 전락
정치적 영향력 모두 사라져
특검 수사는 윤 전 대통령에
몰락과 수치를 각인시켜줄 것
尹의 몰락은 국민의힘의 몰락
그의 그늘에서 떠나지 못하면
보수 가치 논할 자격 없어
尹은 정치적 투정 그만 부리고
야당은 그와 철저히 절연해야
정치적 영향력 모두 사라져
특검 수사는 윤 전 대통령에
몰락과 수치를 각인시켜줄 것
尹의 몰락은 국민의힘의 몰락
그의 그늘에서 떠나지 못하면
보수 가치 논할 자격 없어
尹은 정치적 투정 그만 부리고
야당은 그와 철저히 절연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으로 많은 걸 잃었다.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서 쫓겨나 내란 수괴범으로 추락했다. 군 통수권자로서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직에 대한 인사권을 거머쥐고 있었으나 국회의 탄핵 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그 권력을 전부 상실했다. 집권당 국민의힘의 국회의원과 도지사 후보 공천에까지 깊이 관여했던 정치적 영향력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의 권력은 그의 정적 이재명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비상계엄 6개월 만에 두 사람의 처지는 정반대로 달라졌다. 윤 전 대통령의 몰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특검 수사와 재판이 거듭될수록 그의 치욕은 계속될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왜 비상계엄이라는 무리수를 뒀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특검 수사를 통해 비상계엄의 전모와 정치적 동기가 드러난다면 윤 전 대통령에게 더 실망할지 모른다. 만일, 윤 전 대통령이 명태균 게이트로 궁지에 몰리면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면, 그래서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정치적 재앙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이 사실로 드러났더라도 대국민 사과를 하면 될 일이었다. 김 여사가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처벌받게 했어야 했다. 윤 전 대통령 재임 중 김 여사의 사법처리가 현실화됐다면 여론은 더 나빠졌겠지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구속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인내심을 갖고 지혜롭게 정국을 수습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라이벌인 이 대통령에게 권좌를 내주는 굴욕을 겪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여전히 몽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엊그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비상계엄이 올바른 결단이었는지는 역사가 심판할 몫이라 믿는다”고 썼다.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파면 결정에도 그는 여전히 정신 승리를 외치고 있는 것 같다. 현실정치에서 패배했지만, 역사의 법정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투의 말은 국가지도자를 지낸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말도 안되는 정치적 탄압은 나 하나로 족하다”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은 과대망상이다. 전직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규명하는 특검 수사를 정치적 탄압이라고 보는 국민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다만, 문재인정부의 적폐 청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기무사령관 같은 불행한 사례가 내란 특검 수사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의 몰락은 그를 배출한 국민의힘의 몰락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과반 득표에 못 미치는 승리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취임 이후 60%를 웃도는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 탓도 있지만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무기력증이 한몫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선이 끝난 지 50일이 지나도록 비상계엄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화하려던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의 개혁안은 무산됐고,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의 ‘쌍권’ 인적청산론도 거부당했다. 윤희숙 현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은 당내에서 ‘다구리 당하는’(뭇매 맞는) 상황이다. 김용태, 안철수, 윤희숙 세 사람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혁신의 시작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지만 당내 주류들은 이런 혁신을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몰락은 아직 멈추지 않은 것 같다. 군을 동원해 무력으로 헌법기관을 장악하려는 권력자의 행태를 비호하는 정치집단은 보수의 가치를 논할 자격이 없다.
윤 전 대통령은 부질없는 투정을 멈추기 바란다. 전직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내란 특검, 해병 특검, 김건희 특검 등이 가혹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 상황을 회피할 능력이 없다. 그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이 대통령의 정치적 전리품으로 전락한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윤 전 대통령이 살길은 현 정부의 실정이 깊어질 때 국민의 동정론이 일기를 기대하는 것뿐이다.
역사는 윤 전 대통령을 ‘야당의 정치 공세에 비상계엄 발동으로 맞서다 파면당한 대통령’으로 기록할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가 역사에 남긴 교훈이 있다면 최고 권력자라도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거나 국민들의 지지를 잃으면 언제라도 탄핵당하는 또 다른 사례가 됐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석운 논설위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