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육은 공공재를 넘어 함께 선택하고 성취하는 공동재로서 나아가야할 것입니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유네스코 국제미래교육위원회가 발간한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보고서’를 예로 들며 이같이 말했다. 앞으로 교육이란 더이상 개인과 학교에 국한되지 않고 공동으로 관리해야 하는 공동재가 돼야한다는 게 그의 교육 철학이다. 최근에는 공공재로서 미래 교육을 살펴보고 충남의 교육 정책을 모색하기 위해 ‘충남미래교육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교육감 3선 임기를 1년 남겨둔 김지철 교육감의 미래 교육에 대한 철학과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3선 교육감으로서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지난 11년 동안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변화하는 충남교육을 위해 쉴 새 없이 달려왔다. 그동안 혁신 교육을 완성하고 미래교육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그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 감회가 새롭다. 교육공동체의 응원과 지지가 없었다면 결코 이루지 못할 일이었다. 남은 시간도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변함없이 걸어가겠다. 지나온 11년보다 남은 1년이 더욱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매듭을 잘 지어 나가겠다.”
-최근 천안에서 열린 충남 미래 교육 국제 콘퍼런스에 대해 말해달라.
“지난 7월 5일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협력적 주도성으로 여는 미래교육’이란 주제로 ‘제1회 충남미래교육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미래 교육에 관심 있는 교원, 학생, 학부모, 연구자 등 450여명의 교육공동체가 참여해 미래 교육의 세계적 흐름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스탠퍼드대의 기예르모 솔라노-플로레스(Guillermo Solano-Flores) 교수가 ‘인공지능(AI) 시대의 글로벌 시민성’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해 도움이 됐다. 특별 대담을 통해 충남 미래 교육의 방향에 대해 짧지만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국내외 교육 전문가들과 충남의 교육공동체가 함께 지혜를 모으고, 학생과 교사의 주도성을 바탕으로 미래학교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은 뜻깊은 자리였다.”
-콘퍼런스 성과는.
“이번 국제 콘퍼런스는 충남 미래 교육의 정책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는 계기가 됐다. 국내외 석학들의 강연과 토론을 통해 미래 사회에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세계적 교육 동향을 충남 교육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교육이 더 이상 개인과 학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고 연대해 공동으로 관리해야 하는 공동재로 만들어가자는 공감대도 형성했다. 학생과 교사의 주도성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동력도 확보했다. 학생 주도성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학생들이 직접 국제교류 사례를 발표하며 스스로 배움의 주체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 충남의 미래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단순한 지식 전달 교육에서 벗어나 주체성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해진 답을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충남도교육청은 학생 주도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 타인과 협력하며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맞춤형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 또 학교 중심의 교육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으로 확장돼야 한다. 교육은 공동재로서 학교 담장을 넘어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의제다.”
-미래 교육 실현을 위해 미래 학교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미래 학교는 민주성을 바탕으로 ‘공동재로서의 학교’로 바뀌어야 한다. 학교 구성원 누구나 민주적으로 참여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학교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충남교육청은 교육과정, 공간, 디지털, 생태, 교육협력 전환 등 5대 전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학생이 주도하는 배움중심 수업을 설계하며, 획일적인 교실 구조에서 벗어나 학습과 삶을 이어주는 유연하고 복합적인 학습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AI 등을 활용해 스마트 학습 환경을 구축하고, 학교는 인간과 환경의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적 전환의 중심지가 돼야 한다. 더 이상 지식 전달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삶의 터전으로 변화해야 한다.”
-공교육 질 향상을 강조해왔다. 성과와 계획은.
“공교육이 먼저라는 방침 아래 여러 정책을 추진했다. 책임교육학년제와 학습지원대상학생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디지털 기반 학력향상 온(On) 시스템을 도입해 학습 부진을 진단하고 맞춤형으로 지원했다.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을 키우는 수업 혁신을 추진하고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도록 방과후학교와 늘봄학교의 공공성도 강화했다. 지난해 늘봄학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 만족도가 93.7%로 나타난 걸 보면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미래형 수업 모델 확대, AI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 고도화, 늘봄학교 운영 등 공교육 내실화를 더욱 깊이 있게 추진하겠다.”
-내년이면 3선 교육감 생활을 마무리하게 된다. 아쉬운 점은.
“충남교육의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 교육의 기틀을 다지는 데 매진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돌이켜보면 여전히 앞에 놓인 숙제들이 많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는 재임 내내 무거운 과제였다. 작은 학교 살리기 등 학교 역할을 강화하고, 미래형 통합 학교 모델을 모색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급변하는 인구 구조 앞에서 그 성과가 충분했는지 고민이 남는다. 하지만 지난 11년은 충남 교육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자부한다. 학생 중심 교육을 꽃피우고 다가올 시대에 아이들이 주역이 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왔다. 아이들이 큰 꿈을 꾸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끊임없이 나아갈 것이다.”
홍성=김성준 기자 ks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