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문제가 된 마약, 교회가 치유 공동체 될 수 있어”

입력 2025-07-24 03:07
이장균(오른쪽) 서울 순복음강남교회 목사가 최근 교회에서 진행된 '마약 근절과 예방 그리고 회복'을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남경필(왼쪽 첫 번째) 은구(NGU) 대표, 조성명 강남구청장과 함께 우리 사회의 마약 중독 예방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 참석자 >
남경필 은구(NGU) 대표
이장균 순복음강남교회 목사
조성명 강남구청장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닙니다.” 지난달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9명(87.4%)이 남긴 답변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마약 음료 사건, 청소년들의 SNS 마약 거래,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가장한 처방약 오남용 등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면서 마약은 이제 ‘특수한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됐다.

마약은 단순한 불법행위가 아니라 외로움과 불안, 결핍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을 파고드는 질병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예방과 치유를 위한 공동체적 접근이 절실한 때를 지나고 있다. 최근 순복음강남교회(이장균 목사)에서 ‘마약 근절과 예방 그리고 회복’을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선 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답을 찾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교회가 이 시대의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오갔다.

-최근 우리 사회의 마약 중독 문제가 심각하다.


남경필 대표=솔직히 과거엔 마약 문제를 뉴스에 보도되는 연예인 사건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이 마약에 손을 댔다는 사실을 알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설마 우리 아들이’하고 머리가 하얘졌다. 그때 느꼈다. 누구든 당할 수 있는, 너무 가까이에 있는 문제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을 거라고 본다.


이장균 목사=목회자로서 많은 청년을 만나는데 마약 알코올 게임 등 다양한 중독 문제로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마음속 공허함과 상처, 우리가 돌보지 못한 관계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마약 중독 문제를 개인의 잘못이나 범죄로만 볼 수 없으며 사회와 교회가 함께 품어야 할 문제라고 느낀다.

-이와 관련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남 대표=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은구(NGU)를 만들었다. 회복자들이 나와 자기 이야기를 솔직히 나누는 유튜브 방송을 한다. 그걸 보고 ‘우리도 상담받고 싶다’며 연락하시는 분들이 꽤 많다. 지금은 대형 병원과 협력해 마약 전문 치료 병원을 준비하고 있고 예방 치료 재활까지 하나로 연결하는 치유공동체를 만드는 중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목사=예배와 기도는 물론, 교회 내 중독 관련 전문 상담과 그룹 모임이 준비돼 있다.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회복이 시작된다. 특히 교회 학교 청소년들에게 회개할 일이 생기기 전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설교에 중독 예방을 반영하고 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강남구에선 어린이집과 학교를 대상으로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고 마약 예방 교육 뮤지컬과 등굣길 캠페인 등을 통해 중독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다이어트약, 공부 잘하는 약 등 이름으로 마약류 성분이 든 약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많다. 구 차원에서 관련 영상교육 자료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중독문제에 전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통합지원센터도 오는 10월부터 서울성모병원과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실제로 일어나는 변화가 있나.

이 목사=크리스천 재활센터에서 돌본 한 청년이 있다. 계속 기도하고, 말씀 듣고, 전문 상담을 받으면서 조금씩 달라지더니 최근엔 신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사례를 접할 때마다 ‘하나님은 정말 살아계셔서 사람을 다시 세우시는구나’라는 마음을 깊이 느낀다.

조 구청장=지난해 ‘청소년 마약 예방 강사 양성 과정’을 운영했는데 학교폭력 예방 교육 강사를 비롯해 법의학자 등 다양한 경력을 갖춘 분들이 열정을 갖고 참여해 주셨다. 마약 익명 검사를 홍보하기 위해 우체국과 협력해서 우울감이 높은 1인 가구 중심으로 택배 포장 테이프와 스티커에 온라인 신청 QR코드를 인쇄해서 배포했는데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

-마약 중독은 본질적으로 어떤 문제에서 기인할까.

남 대표=중독 배경을 하나로 볼 수는 없다 성장 과정에서의 결핍이 있고 이를 채우는 과정에서 성, 술, 도박, 폭력, 마약 등이 결합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채워지는 게 가짜 만족이라는 점이다. 금방 공허해지고 만다. 진짜 만족이 사랑으로 채워져야 하는데 그 최고봉은 예수님이다. 최근 치유되는 사람들을 곁에서 보면서 신앙의 힘이 바탕이 됐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나아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오는 만족감을 통해 진짜 회복을 경험한다.

조 구청장=우울함이나 슬픔을 잊기 위해 마약을 하게 됐다는 사람은 많지만, 행복한 사람이 마약의 유혹에 빠졌다는 사례는 없다. 외로움이나 소외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건강하게 극복할 수 있게 돕는다면 마약에 의존하지 않게 막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남 대표=무엇보다 마약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가 시급하다. 마약은 범죄이기 전에 병이다. 그래서 숨기지 말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전문가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또 1등 아니면 패배자, 아이돌 같은 외모가 아니면 못생긴 것으로 생각하는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이 목사=조금 더 서로에게 관심을 두고 가족, 친구가 ‘괜찮니’하고 물어봐 주는 일상의 한 마디, 이웃 사랑의 실천이 가장 강력한 예방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정부가 마약 문제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을 바탕에 두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조 구청장=최근에는 평범한 사람도 마약의 유혹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기관이 서로 힘을 합쳐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강남구는 경찰서 병원 민간 기업 등 유관 단체 16곳이 공동대책협의회를 만들고 꾸준히 소통하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추천해달라.

남 대표=마약 중독 예방 활동하면서 만난 목사님으로부터 부모님 이혼으로 인한 충격이 상당히 오래갔다는 얘길 들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 본 적이 있는지 묻더라.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결핍과 상처는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많이 생긴다. 가해를 준 사람은 기억 못 해도 당한 사람은 평생 못 잊는다. 사과하고 용서하는 실천이 중요하다.

이 목사=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아닐까. 요즘도 아들 며느리 손주들에게 수시로 ‘알라뷰(I love you)’한다. 가정과 교회 안에서부터 사랑한다고 자주 표현하자.

-교회가 든든한 조력자로 나서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남 대표=마약 중독 예방 공동체가 세워지려면 다양한 기능이 필요하다. 교회가 목회자를 파송해 QT나 예배를 인도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꼭 요청하겠다.

조 구청장=16개 기관과 단체가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는 곳은 교회라고 생각한다. 성도들은 목회자를 신뢰하고 교회를 자기가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기에 고민과 아픔을 나눌 수 있다. 이런 공동체가 지역에 많아진다면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다.

이 목사=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님과도 교회가 마약 예방과 치유 활동에 대해 어떻게 사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지 깊이 대화를 나누며 준비하고 있다. 교회는 예배를 드리는 공간을 넘어 세상을 향해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담과 경계를 낮추고 허물며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셨듯 말이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