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퇴사한 청년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이 국정기획위원회 테이블에 올라 막판 조율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생애 한 번, 월 최대 100만원씩 최대 4개월간 지급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최근에는 대기기간 단축, 지급 연령 상향 등 확대안도 거론된다고 한다. 청년층 구직 준비의 소득 공백을 메워준다는 취지지만, 제도의 본질을 무너뜨려 오히려 청년층의 일할 욕구를 억누를 위험이 크다.
실업급여는 계약만료, 권고사직, 임금체불 등 ‘비자발적 실업’을 당한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고 신속한 재취업을 유도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번 방안은 고용보험을 사실상 ‘실업 지원금’ 성격의 복지 재원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 제도 설계의 전제가 허물어지면, 보험료 납부에 대한 사회적 정당성은 급속히 붕괴될 수 있는 것이다.
고용보험기금은 잔액이 7조8000억원이지만 사실은 10조원 이상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릴 정도로 수조 원대 적자 상태다. 이처럼 기금이 빚으로 유지되고 있어 향후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세금으로 보전해야 할 만큼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 2차 추가경정예산을 동원한 부채탕감에서 보듯 실업급여를 확대할 경우 책임은 ‘성실히 일하고 세금 내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론 실업급여 확대 정책이 청년들의 일할 의욕을 꺾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입사 초 근속 의지를 꺾고, ‘요건만 맞추면 실업급여 받자’는 식의 태도를 부추겨 청년층의 노동 시장 이탈이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자발적 이직을 위장해 실업급여를 받는 관행이 문제시되는 마당에, 제도적 구멍을 더 넓히겠다는 발상은 도덕적 해이만 심화시킬 뿐이다.
심지어 실업급여 하한액(월 192만여원)이 최저임금 실수령액(월 187만여원)을 초과하는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일하는 것보다 실업 상태가 더 나은 선택이 되게 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인가. 근본적인 노동시장 개혁 없이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예산으로 고용을 포장하는 방식은 청년들에게도, 나라 경제에도 해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