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고, 스스로 행복하며, 주변 사람을 빛나게 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술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정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타인을 통해서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타인으로부터 받는 인정의 가치는 말할 수 없이 중요하게 된다.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인 인정 욕구는 자존감, 자기 효능감, 관계의 질, 삶의 만족도에 깊숙이 영향을 미친다. 인정은 단순한 칭찬을 넘어 ‘당신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셈이다. “잘했어!”라는 짧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환하게 만든다.
문제는 우리가 대체로 사회적 기준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것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말을 잘 듣는 자녀, 공부를 잘하는 학생, 높은 실적을 내는 직원, 발표를 잘하는 리더를 인정하는 것은 쉽게 한다. 그러나 특정 기준에 의해 주어지는 인정은 상대적이며 경쟁을 전제로 한다. 인정이 ‘선별적인 보상’이 될 때, 수많은 노력은 그늘에 묻히고 개인의 고유한 가능성은 간과된다.
그 결과 우리는 타인의 인정을 받는 행동을 학습하고, 타인의 기분을 맞추는 일에 너무 바쁘게 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찾는 일은 부차적이다. 옷을 고를 때, 자신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에 따라 의상을 선택하지 않는다. 입었을 때, 남들이 좋아할 만한 옷을 고른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어디에 살 것인가를 결정할 때도, 노후에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해서조차 남들이 인정해주는 길을 선택하려고 한다. 사회적으로 훈련된 자기는 있지만, 진정한 자기 자신은 누구인가를 잊어버리고 잃어버린다. 사람은 점점 외롭고 허전해지며, 진정한 자기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도 모르게 된다. 조건에 흔들리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런 삶에서 벗어나려면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이를 ‘존재 중심의 인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사회적인 기준이나 성과 혹은 비교의 틀을 넘어선다. 여기서 인정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쏟는 것,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는 과정에서 교류하는 것,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을 표현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이런 인정은 삶의 작은 순간에 나타나고, 그 영향력은 우리의 삶에 더 오래 남고 더 깊이 스며든다. “너는 치약을 아래부터 짜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구나”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한마디는 자녀를 피어나게 만든다. “책상을 조립하는 데 나사를 조이는 손길이 멋있네”라는 엄마의 한마디는 아이들의 마음을 자부심으로 가득 채운다. “당신은 비누 조각을 새 비누에 안 떨어지게 잘 붙여”라고 말하는 아내의 짧은 한마디는 남편의 어깨를 으쓱이게 한다. 이런 인정은 누군가와 비교되지 않고, 기준 없이도 사람을 빛나게 한다. 단순하지만 마음에 오래 남아서 삶을 훈훈하게 만든다.
인정은 어떤 조건에 대한 칭찬이 아니다. 누구보다 더 나은 점을 찾는 일도 아니다. 인정은 각자가 자기답게 살아가려는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존중하는 일이다. 이런 인정은 개인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고, 건강한 대인관계를 만들고, 공감하는 공동체를 만든다. 가족, 학교, 직장 모두 이런 인정이 있다면 우리는 더 건강한 관계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빛난다. 인정은 그 빛을 발견하고 비춰주는 기술이다. 오늘, 평가의 기준이나 성취의 유무가 아닌, 내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일상생활에서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작은 노력을 인정해 보자. 인정하는 나도, 인정받는 그 사람도 별처럼 빛날 것이다.
차명호
평택대 교수
상담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