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강대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
안교성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장
황병배 기독교대한감리회 선교국 총무
(가나다 순)
강대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
안교성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장
황병배 기독교대한감리회 선교국 총무
(가나다 순)
국민일보는 선교 14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 ‘복음, 땅끝에서 피어나다’를 진행했다. 1부 ‘이 땅에서 자란 복음의 열매’ 2부 ‘복음 들고 땅끝으로’ 3부 ‘이제는 통합이다’로 구성된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에 심긴 교회와 한국 선교사들이 세계 곳곳에서 파종하는 복음의 흔적, 미국과 캐나다, 호주 교회들의 연합 사례를 짚어봤다.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국내 선교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국 선교의 현실과 미래를 진단하는 좌담을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교회는 선교지 교회를 존중하는 동반자 선교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좌담회는 다음 달 개관을 앞둔 서울 은평구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에서 지난 7일 진행됐다.
-국민일보의 선교사 르포 기사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강대흥 사무총장=센터나 학교, 병원을 짓는 프로젝트 중심 선교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게 요즘 선교계 트렌드다. 이미 전 세계에 교회를 비롯한 각종 선교 인프라가 상당히 많다. 바레인 같은 이슬람 국가에도 선교 병원이 있을 정도다. 그런 면에서 이번 기획은 꺼져가는 프로젝트 선교보다 선교지에서 가장 필요한 사역을 묵묵히 하는 선교사들을 발굴해 조명한 만큼 큰 의미가 있고 귀한 시리즈였다.
△황병배 총무=선교학자 시선에서 봤을 때 10개의 르포 기사는 성육신적 선교를 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사역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최근 선교는 선교지의 가장 낮은 곳,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 그들과 살면서 섬기고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는 걸 지향한다. 기사에 소개된 선교사들이 바로 그런 분들이었다.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제도에서 사역하고 미국 애즈버리신학교 교수로 활동한 저명한 선교학자 대럴 화이트먼은 성육신적 선교에 대해 “그들을 사랑하고 존경하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 위에 세우라”고 했는데 기사에 소개된 선교사들이 그런 분들이어서 반갑고 감사했다.
△안교성 관장=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선교하는 교회였다. 감리교는 이민자 선교에, 장로교는 제주와 중국 산둥성에서 선교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선교가 선교지 발굴부터 교회를 비롯한 각종 기관 건립 등을 중심으로 하는 개척 선교에 머물러 있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세계적으로 개척 선교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는 성숙으로 나가야 할 때다. 선교사 중심에서 벗어나 현지인 위주 사역으로의 전환이다. 많은 결실을 보았던 개척 선교를 넘어 현지 교회 중심의 선교로 변해야 한다. 선교사는 성공한 뒤에 떠나고 사업가는 남는다는 말의 무게를 기억하자. 그런 면에서 국민일보의 이번 기획이 전환의 시기에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강 사무총장=사실 한국교회는 1912년 중국 산둥성으로 첫 선교사를 파송하기 전 중국교회와 협의해 어떤 사역이 가능한지 타진했다. 해방 이후 태국에 선교사를 파송할 때도 태국기독교단과 협의했다. 이런 좋은 전통을 다시 회복해 현지교회와 협력하는 선교로 나아가야 한다. 선교의 주인은 선교사가 아니라 현지교회다. 선교지의 요청에 귀 기울이고 응답하는 게 진정한 선교라는 성찰이 필요하다.
△안 관장=동의한다. 선교사가 위대한 존재일 수 없다. 대신 위대한 현지 지도자를 세우는 사람이 돼야 한다. 선교사가 주도하는 사역은 선교지 교회 자립을 방해할 수 있다. 그동안 선교의 양적 성장을 이뤘다면 이젠 질적 성숙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 시작이 선교지 교회와의 협력에 있다.
-140년 만에 압축 성장한 한국교회의 현실은 어떤가.
△황 총무=교회도 선교도 위기다. 부흥하던 교회는 90년대 들어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2000년대 이후 쇠퇴하고 있다. 현재는 세속화와 맘몬주의,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교인은 줄고 있고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80%도 회복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교회는 양극화됐고 다음세대가 미전도종족이 됐다. 복음은 하나이지만 이걸 담는 그릇은 세대나 지역, 문화에 따라 각각 달라야 한다. 그래야 복음을 전할 수 있다. 하나님의 선교를 이끄는 교회, 지금 교회들은 선교적 교회로 전환해야 한다.
△강 사무총장=한국의 교회는 서구교회를 너무 닮았다. 가장 양극화된 교회는 미국이고 한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미국을 닮아 빠르게 부흥했지만 쇠퇴하는 것까지 닮아버렸다. 화융 말레이시아감리교 감독은 “지금은 한국교회를 비롯해 서구교회들이 비서구교회로부터 무엇을 배울지 찾아야 할 때”라며 기존의 선교 문법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했다. 우리 것을 고집할 때가 아니라 교회가 과연 어떤 존재 의미를 지니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안 관장=교회는 물론이고 선교도 인적·물적 자원의 감소와 운동성 쇠퇴로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 7000명이 선교사 한 명을 후원했다면 2008년 이후 400명당 1명을 후원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이젠 모든 사역을 한꺼번에 다 하는 ‘백화점식 선교’에서 벗어나 한국교회 현실에 맞는 ‘한국형 선교’의 길을 찾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선교적 과제는 뭔가.
△강 사무총장=앞서도 나온 이야기인데 기존 서구식 선교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비서구 현실에 맞는 선교 방식을 찾아야 한다. 선교사는 현지 교회가 요청하는 사역을 지원하고 그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다시 말해 ‘동반자적 협력 선교’를 위한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 20세기 초반부터 서구교회 중심으로 진행된 물량 중심 선교 방식을 고집하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 이걸 고수하려 해도 후원해야 할 교회의 쇠퇴로 불가능하다. 해답은 성경에 있다. 성경은 성령의 능력으로 선교하라고 말한다. 새 시대를 열어갈 선교사들은 학위보다 말씀과 기도, 성령에 붙들리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교회 개척은 정말 미전도종족 선교를 할 때만 하고 그 외의 국가에선 현지인 지도자를 세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황 총무=우리나라에 ‘하나님의 선교’의 의미가 잘 못 소개된 것 같다. 하나님이 이미 선교하고 계시니까 선교사가 필요 없다는 식으로 곡해됐는데 이 개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는 선교의 주체가 교회나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게 핵심이다. 이런 부분이 강조돼야 쇠퇴하는 한국교회의 선교 사명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이미 기독교의 중심축이 ‘글로벌 노스’에서 ‘글로벌 사우스’로 옮겨왔다. 이런 구도의 변화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기독교가 전 세계로 흩어지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동반자 선교다. 선교사와 선교지 교회가 상호존중하는 것이다.
△안 관장=동반자 선교의 좋은 모델이 우리 역사에는 이미 있었다. 1956년 미국 레이크 머홍크에서 선교대회가 열렸다. 이때 한경직 목사가 대표로 참석했는데 미국 교회 지도자들이 “미국교회는 선교지 교회가 하려는 사역을 돕기로 했다. 의견을 달라”고 했고 한 목사가 “감리교의 이화여대 같은 장로교 여성 대학을 세우고 싶다”고 답했다. 미국이 동의하면서 부지 매입과 교수요원 양성 등을 지원했다. 협력 선교라는 선교관이 생기면서 이런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현지교회와 그곳의 지도자를 강하게 세우기 위해 우리 전문성을 나누고 협력하는 것, 그게 변화하는 시대 선교의 목표가 돼야 한다.
△강 사무총장=완전히 동의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선교사들이 어느 날 선교지로 가서 ‘파송교회의 뜻’이라며 교회나 센터를 짓는 일방적 선교를 중단하자는 의미 아니겠냐. 선교사는 어디까지나 외부자다. 내부자들이 존중받는 그런 선교를 140주년 맞은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한다. 선교의 새 미래를 열어 가는 첩경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황 총무=우리가 버려야 할 것들도 있다. 바로 물량주의와 선교지에서의 지나친 경쟁, 성급함, 이에 따른 성과주의 등이다. 이와 함께 자민족 중심주의나 온정주의, 문화적 우월감을 내려놓아야 한다. 선교지에서 누구보다 낮아지고 선교의 동반자를 세우는 선교가 뿌리 내릴 때 가장 성숙한 선교를 하는 교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리=장창일 김아영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