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좁아지는 경계 속에서 만난 은혜

입력 2025-07-26 03:02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후 12:9)


누군가의 인생은 뻗어가는 직선 같고, 어떤 이의 삶은 굽이치는 곡선 같다. 내 인생은 어쩌면 그 둘이 뒤섞인 건축 도면 같았다. 직선을 그었다가 어느 순간 지워야 했고 완성이라 믿었던 디자인은 다시 시작해야 했다. 실수를 숨길 수 없는 불안한 삶의 구조물 위에서 흔들거리며 때때로 심연 속으로 무너지며 좌절했다.

나는 50세 중반의 건축가다. 건축은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던 언어는 아니었지만 살아가며 하나씩 배우게 하신 ‘하나님의 언어’라고 믿고 있다. 젊은 날 건축이라는 두 글자가 내게 주어진 순간, 그것은 단지 삶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자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여겨졌다.

그 길은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건축이란 아무것도 없음, 무너짐, 혹은 과거를 이어 새롭게 세우는 일이다. 특히 건축물 일부를 허물고 다시 세울 때는 또다시 상당 시간 동안의 이해와 고민의 기간을 치열하게 치러 내야만 그 공간의 형태를 제대로 갖출 수 있다. 어디를 어떻게 허물어야 할지를 고민하고 그곳에 새롭게 채워지는 공간으로 전체의 건축이 더 완성되어가는 신중한 선택과 인내의 과정이다. 내 인생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었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실패를 겪기도 했다. 때론 심혈을 기울여 설계한 삶의 계획이 어이없이 어그러져 버릴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의욕은 사라지고 마음은 깊은 골짜기로 내려앉았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자초한 어리석음과 교만이 인생의 균열을 만들었고 그 틈은 애써 올린 내 건축물의 많은 부분을 무너뜨렸다.

그런 내게 하나님은 뜻밖의 방식으로 말씀하셨다. 더 크고 높고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오히려 좁아지는 경계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은혜였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 짧은 구절은 마치 단단한 구조체처럼 내 심령을 붙잡아주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보다, 더 깊은 내면으로 고요하게 침잠하게 했고 무너진 마음 위에 다시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게 했다.

단지 위로의 말씀이 아니었다. 하나님이 내게 주시는 새로운 척도였다. 부족함 속에서 완성되는 하나님의 능력, 그 미완의 공간을 끊임없이 디자인하시고 채워주신다는 약속, 이는 곧 내 인생의 설계 기준선이 됐다. 나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때로는 흔들리지만 주님 은혜 안에서만 가능한 균형을 의지하며 한발씩 천천히 나아가려고 노력한다. 오늘도 다시 그 말씀을 묵상한다.

<약력> △tBD Architects, tBD Builders 대표 △전 우즈베키스탄 건설부 대통령 수석건축자문 △전 건축설계회사 뉴욕 SOM, 보스턴 TRO 디자인 디렉터 △미국 콜럼비아 건축대학원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