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주중엔 관세 폭격 주말엔 나이스샷… 트럼프의 취임 6개월

입력 2025-07-23 00: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암호화폐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문건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행정명령 170여개·정상 23명 만나
백악관 “전임 대통령들 능가” 자평
주말 대부분 골프·스포츠 경기 관람
개인 자택서 휴식한 바이든과 대조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코스. 정확히 취임 6개월째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전부터 워싱턴DC에서 차로 40분가량 떨어진 이곳 골프장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에도 이곳에서 골프를 즐겼다. 1주 전 주말에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을 방문했다. 트럼프가 골프 라운딩을 마친 뒤 백악관으로 돌아오며 쏟아내는 발언이 주말 뉴스를 도배했다. 백악관 출입 기자들이 주말마다 공동취재단을 구성해 트럼프 소유 골프장을 따라가는 것이 트럼프 시대의 새로운 취재 문화가 됐다.

세계에 대한 관세 폭격, 미국 내부에선 광범위한 이민 불법 단속으로 설명되는 트럼프 2기 첫 6개월이 지났다. 반년 동안 트럼프의 동선은 그의 관심사뿐 아니라 행정부의 우선순위도 보여준다. 트럼프의 지난 6개월은 주중엔 백악관에서 공식 업무, 주말엔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라운딩으로 요약된다.

트럼프는 평일 대부분을 백악관에서 지내며 행정명령 서명, 해외 정상과의 회담 등 공식 업무를 봤다. 백악관은 지난 6개월을 돌아보는 평가 자료에서 트럼프가 6개월간 외국 정상 23명을 만났다며 “전임 대통령들을 능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을 만났다. 백악관은 또 트럼프가 취임 6개월간 국경과 에너지, 교육 등에 관한 행정명령을 170개 이상 서명했다며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취임 6개월”이라고 홍보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일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취임 이후 지난 20일까지 미국 내 14개 주와 해외 7개국을 총 49회 여행했다. 집권 1기 당시 같은 기간 동안 21개 주와 해외 8개국을 대상으로 총 48회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특정 지역으로 여행이 몰린 셈이다.

트럼프는 주말에 주로 골프 여행을 떠나거나 스포츠 경기를 관람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50개 주에서 방문한 곳은 일부에 집중됐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마러라고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를 14차례, 버지니아주를 13차례, 뉴저지주를 8차례 여행했다. 여름이 시작된 뒤로는 더운 플로리다주 팜비치 대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나 버지니아주 스털링으로 당일치기 골프 여행을 선호했다.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말엔 주로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자택을 찾아 휴식한 것과는 대비된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골프보다는 주로 교회를 찾았다.

스페인 프로골퍼 유제니오 차카라가 20일 미국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코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라운딩한 뒤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스포츠 이벤트도 트럼프의 주말을 채웠다. 트럼프는 지난 2월 뉴올리언스주에서 열린 북미프로풋볼 결승전 슈퍼볼을 관전했고, 같은 달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대회 데이토나500 서킷도 찾았다. 또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와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경기,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레슬링 챔피언십,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결승전에도 참석했다. 자연재해를 입은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텍사스주도 방문했고, 정치 행사를 위해 미시간주와 펜실베이니아주 등도 방문했다. 하지만 이런 정치 이벤트는 골프 여행이나 스포츠 관람보다는 횟수가 적었다.

백악관은 항상 ‘트럼프의 속도’를 강조해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집권기와 달리 속도감 있게 변화를 이끈다고 부각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여행과 해외 순방에 한해서는 바이든보다 크게 속도를 내진 못 했다. 바이든은 2021년 취임 이후 6개월간 17개 주와 해외 국가 3곳 등 45회를 여행해 트럼프와 큰 차이가 없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통령의 여행에 제약이 많았다.

트럼프의 해외 방문도 많진 않았다. 트럼프의 집권 2기 첫 해외 방문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찾은 바티칸이었다. 이후 중동을 첫 해외 순방지로 정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를 방문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방문도 약속했지만 중동 순방 당시에는 두 곳을 찾지 않았다. 이어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네덜란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트럼프는 캐나다 G7 정상회담 도중에 이스라엘과 이란의 ‘1일 전쟁’ 중재를 이유로 귀국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의 방문이 예고된 스코틀랜드에도 트럼프 소유 골프장이 있다. 트럼프는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스코틀랜드로 향해 자신의 골프장이 있는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소유 골프장은 이미 에버딘과 턴베리에 있고, 다음 달에는 애버딘셔에도 새롭게 개장한다. BBC 등 영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스코틀랜드의 본인 소유 골프장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경찰들이 경호를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오는 9월 17~19일 영국을 다시 국빈 방문한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2월 백악관에서 트럼프에게 찰스 3세 국왕의 초대장을 전달했다. 트럼프는 1기 재임 시절인 2019년 6월 영국을 국빈 방문해 당시 영국 군주였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난 바 있다. 찰스 3세를 만나면 역사상 처음으로 영국을 2차례 국빈 방문하는 정치인이 된다. 트럼프가 한국을 방문하게 될지도 주목된다. 한국 정부는 오는 10월 경주에서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를 공식 초대했다.


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