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세상을 지키는 소음

입력 2025-07-23 00:35

느닷없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한적한 주말 오후를 깨트렸다.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창밖을 내다보니, 집에서 800m쯤 떨어진 소방서에서 소방차와 구급차 여러 대가 잇따라 나오는 게 보였다. 경광등 불빛을 요란하게 번뜩이며 주변에 위급상황임을 알렸고, 도로를 가르며 내달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어서 가라, 어서.”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긴 출동 행렬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초조하게 지켜봤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운전 중 신호등을 무시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119구급차를 볼 때나,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워지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를 들을 때면 어김없이 불안이 엄습했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 그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신호, 열심히 일궈온 일상과 삶의 터전이 소실되고 있다는 신호는 내 일처럼 안타깝고 애가 탔다. ‘지금쯤 도착했을까, 모두 무사할까.’ 어딘가의 사고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구급대원들의 모습이 그려져 한동안 마음을 졸였다. 날 선 사이렌 소리마저 들리지 않자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조용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오늘의 평온한 일상 어딘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어떤 이는 위기의 시간을 겪고, 어떤 이는 그를 구하러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었다. 순간 ‘아차’ 싶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관내 소방서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고마움을 전하는 글들이 며칠 간격으로 차곡차곡 올라와 있었다. 긴박했던 순간과 간절한 도움, 안도의 한숨이 담긴 사람들의 사연, 그리고 눈물로 쓰인 감사 인사가 화면 너머로 전해졌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오늘 하루가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얼마나 많은 헌신과 노고로 만들어가는 세상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이제는 사이렌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 세상을 지켜주는 든든하고 고마운 소리 덕분에 우리의 오늘이 안녕하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