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당의 참의원 의석 과반 붕괴로 정국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은 당분간 제한적이지만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거취 문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에선 지난 2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 전부터 쌀값 급등을 포함한 고물가, 정체 상태에 빠진 미·일 관세협상 등에 대한 불만으로 자민당 등 연립 여당이 패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참정당 등 극우 정당이 외국인 배척 등 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워 보수표를 잠식한 것도 패배 원인으로 꼽힌다.
이시바 총리는 집권 후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 이어 2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시바 총리는 2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관세협상 등 정책과제를 내세우며 총리직 유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이시바 내각 발족 후 약 10개월이 지나도록 신뢰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내에서 퇴진 요구가 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국이 정계 개편 등 격랑에 빠져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07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여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하자 선거 후 2개월 만에 물러났다. 일본 언론에선 정권 유지와 총리직 퇴진, 정권 교체의 3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일본 국회는 상원인 참의원과 하원인 중의원으로 나뉜다. 만약 총리가 퇴진하면 총리 지명선거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치러진다. 1위 득표자가 다를 때 중의원 결과에 따라 총리를 정한다. 현재 중의원 의석수는 465석이다.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여당은 220석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자민당이 새 총재를 선출해도 여소야대 구도에서 총리 선거를 치러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같은 변수를 우려하는 자민당 상황 때문에 이시바 총리가 ‘버티기’에 나설 수도 있다. 만약 야당이 결집해 특정 대표를 총리로 밀면 정권이 교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이 일부 야당을 끌어들여 연정을 확대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대미 무역협상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시바 정권이 미국과 어떤 합의를 해도 국회에서 지지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향후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하지만 양국에서 모두 현재 양국의 외교 기조가 변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양국의 정국이 요동치면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현재 기조는 유지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일본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도 “이번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조는 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우익 성향인 참정당의 약진과 관련해선 우리 정부도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시바 총리가 물러나고 자민당에서 극우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집권할 경우 한·일 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성원 최예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