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잔치서 울린 총성… 아들 쏜 60대 집엔 시한폭탄 ‘째깍째깍’

입력 2025-07-21 18:44 수정 2025-07-21 23:55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이 사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 아파트 문 앞에 21일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이 집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 폭발물 15개 중 일부가 점화장치에 연결된 채 발견(아래 사진)됐다. 이들 폭발물에는 이날 낮 12시에 불이 붙도록 타이머 설정까지 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한밤중 사제 총기를 발사해 자신의 생일잔치를 열어준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인화성 물질로 이뤄진 폭발물까지 설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생일잔치 도중 잠시 나가 차량에서 미리 준비한 사제 총기를 꺼내 와 범행을 저질렀고, 실탄 86발을 추가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살인 및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건조물방화 예비 혐의로 A씨(63)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한 A씨의 인화성 물질 설치 범행과 관련해 방화예비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범행 당일은 A씨 생일이라서 아들이 잔치를 열어줬고, 며느리를 비롯해 손주 2명과 지인 등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파이프 형태로 된 사제 총기를 이용해 쇠구슬 여러 개가 들어 있는 ‘산탄’ 3발을 발사했다. 이 중 2발은 아들을 향했고, 1발은 집 내부 문에 맞았다.

A씨는 경찰에서 “가정불화가 원인이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 진술은 거부하고 있다. 준비한 실탄에 대해서는 “약 20년 전에 극단적 선택을 목적으로 구매한 뒤 보관 중이었다”고 진술했다.

이헌 연수경찰서 형사과장은 “피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뒤 남은 실탄 개수는 산탄 86발”이라며 “피의자는 정식 수렵용으로 사용하고 남은 걸 판매한다는 것을 보고 구매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범행에 사용된 사제 총기와 관련해서는 “(용도에 맞게 잘라 제작한 파이프) 총열 1개에 총알 1개를 발사할 수 있다”며 “작동 원리 및 제작 방법에 대해 피의자가 적극적으로 진술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부연했다.

검거 이후 A씨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집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 폭발물 15개 중 일부가 점화장치에 연결된 채 발견됐다. 이들 폭발물에는 이날 낮 12시에 불이 붙도록 타이머 설정까지 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도주에 사용한 차량 조수석과 트렁크에서도 범행에 사용한 사제 총기 2정 이외에 추가로 총신 11정과 탄환들을 발견했다. 자택에서 역시 금속 재질의 파이프 5~6개가 나왔다.

A씨는 오랜 기간 무직이었으며 가정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택 인근 주민들은 A씨가 수년 전부터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해왔다고 전했다.

70대 주민은 “A씨는 50대에도 무직이었고 이혼하기 전에는 아내가 홀로 가족을 부양했던 것으로 안다”며 “아들도 결혼해 집을 나가면서 수년간 넓은 집에 A씨 혼자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가 거주하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아파트는 전용면적이 70평대 정도다.

주민들은 A씨가 이웃과 별다른 갈등은 없었지만 수년 전부터 이웃들과 교류를 끊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 아파트에 약 20년 거주했다는 50대 남성은 “평소 내성적 스타일이긴 했지만 과거에는 주민들과 왕래도 있었고 반상회비도 꼬박꼬박 냈다”며 “몇 년 전부터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3~4년 전쯤 이곳에 이사왔다는 한 여성 주민은 “A씨가 목욕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모습으로 모자를 쓴 채 돌아다녔고 혼잣말을 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문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인천=김민 기자, 임송수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