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멈춰버린 미국 선벨트 대도시들… 트럼프 관세·이민단속 정책에 ‘직격탄’

입력 2025-07-22 02:03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열대·아열대 기후를 나타내는 남부 ‘선벨트’ 지역은 2000년대 경제 성장의 상징과 같았다. 저개발 농업지역이었던 미국 남부가 새로운 공업지대로 변신해 지역 총생산이 크게 증가하고 대도시엔 인구가 몰렸다.

하지만 이 같은 선벨트의 폭발적 성장세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풀 꺾이더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올해엔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양상이다. 부동산 가격 인상에 따른 주거비 상승에 트럼프발 무역전쟁, 불법 이민자 단속 강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선벨트 급성장의 대표 도시인 조지아주 애틀랜타가 올해 들어 인구가 감소하는 기현상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단 한 번도 인구 감소를 겪지 않았던 애틀랜타는 지난해 처음으로 1330명이 줄었으며 올해 들어선 감소세가 매우 가파르다는 것이다. 전체 인구 630만명의 ‘메트로 애틀랜타’는 23개 카운티(광역자치단체)를 보유하며 2000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다. 인구 구성이 보수적인 남부 원주민 백인 노령층 위주에서 진보적인 백인 동양인 흑인 20~40대 젊은 층으로 바뀌면서 정치 지형마저 변화시킬 정도였다.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조지아주를 석권한 배경에는 애틀랜타에서 70%를 넘은 압도적 지지율이 있었다.

애틀랜타의 마이너스 성장은 고용 부진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정부의 낮은 소득세 부과와 파격적인 유치 혜택 제공으로 조지아로 옮겨왔던 해외 제조업 기업들이 올해 들어 투자 비중을 크게 줄이면서 일자리는 정체 상태다. 심지어 이들 기업 가운데는 조지아를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통폐합을 통해 미국 다른 지방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나온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에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고율 관세가 지목된다. 완제품을 미국에서 만든다 해도 고율 관세를 얻어맞은 부품을 수입해선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연방 이민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검거령도 애틀랜타 마이너스 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전문인력의 자유로운 이주와 저임금 불법 이민 근로자들에 대한 주정부의 관대한 이민정책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이후 모두 중단됐다. 이로 인해 서비스업 물가가 치솟고 벤처기업 붐도 멈췄다.

20년 이상 지속된 경제 성장에도 교통 등 인프라 투자에 인색했던 주정부의 잘못도 한몫을 하고 있다. 도심과 교외를 연결하는 간선도로·지하철·고속도로 등이 부족해 교통체증이 일상화되면서 중산층 이상 백인들의 이주도 시작되는 양상이다. WSJ는 “애틀랜타의 마이너스 성장은 애리조나주 피닉스, 플로리다주 탬파베이,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등 다른 선벨트 대도시에서도 똑같이 현재 진행 중”이라며 “이 추세대로 5년이 지나면 미국 남부는 21세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