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지원하는 소상공인들의 채무조정 사업 신청 건수가 개시 2개월 만에 올해 연간 목표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이 사업은 연말이 가까워져야 목표 실적이 찼다. 그만큼 올해 소상공인들의 경영 여건이 급격히 악화했음을 보여준다.
21일 법무법인 덕수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폐업(예정 포함) 소상공인의 채무조정 신청 건수는 1084건으로 사업 개시 3개월 만에 올해 목표치(750건)를 40% 이상 초과했다. 연간 목표 실적을 채우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개월이었다. 폐업 관련 법률 자문의 경우 같은 기간 996건이 신청돼 연간 목표 실적(1500건)의 3분의 2를 채웠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 4년간 법무법인 덕수와 함께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을 통해 폐업을 앞둔 소상공인에게 무료 법률자문 및 채무조정 지원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렇게 이른 시기에 채무조정 관련 신청이 연간 목표치를 채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법무법인 덕수의 신하나 변호사는 “지난해에는 11월, 그전에는 늦으면 12월에 채워졌던 할당량이 올해는 6월 말에 이미 채워졌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를 그만큼 올해 실물 경기가 심각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빚을 내서 버티던 소상공인들이 팬데믹 종식 후에도 내수 부진이 이어지자 끝내 사업을 포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 변호사는 “특히 비상계엄 이후로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가 훨씬 나빠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채무조정 단계로 돌입한 폐업(예정) 소상공인 숫자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252건(337억3700만원) 규모였던 법무법인 덕수의 채무조정 지원 건수는 2023년 524건(864억2700만원), 지난해에는 521건(934억7000만원)까지 불어났다.
신 변호사는 “폐업을 택하는 소상공인이 줄을 잇는 현 상황을 고려해 새출발기금을 비롯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한층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