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고등학교에서 e스포츠 동아리를 운영하는 스무 명의 선생님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다. 모두 학교 현장에서 e스포츠를 사랑하고, 직접 지도하며 학생들과 호흡하는 분들이었다. 그렇기에 e스포츠를 ‘학교 안’에서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애정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는 사실을 절절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가장 많이 나온 고충은 학교 안에서 e스포츠 관련 활동은 ‘교사의 지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학교는 과목 단위로 행정이 돌아가는데, e스포츠는 ‘체육’, ‘정보’, ‘예체능’ 그 어디에도 정확히 속하지 못한 채 창의적 체험활동 안에만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교사의 지도는 실적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학생들은 대회에 나가려면 조퇴계를 내야 한다. 당연히 교사들은 대회 참여를 위해 출장을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때로는 교장이나 관리자에게 ‘게임을 왜 교육시간에 하느냐’는 시선을 감당해야 할 때도 있다.
특성화고도 마찬가지였다. 은평메디텍고등학교는 e스포츠학과 학생만 120명인데, 이들을 담당하는 교사는 단 3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수업과 훈련을 병행하기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교육과정 설계와 콘텐츠 개발도 교사들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회선 문제도 여전하다. 방화벽으로 외부 인터넷 연결이 끊기기 일쑤고, 대회 중계나 온라인 경기 시에는 서버 지연으로 공정성이 흔들리기도 한다. “3분 지연된 게임 화면으로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라는 현장의 설명은 절박하게 다가왔다.
제도적 한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문체부가 주관하는 e스포츠 대회는 교육부가 관여하지 않아 학교 입장에서는 ‘공식’ 행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교육부나 교육청 명의로 시상을 해주면 진학·승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교육청 주관 대회의 경우 출장, 포상, 활동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역에 따라 제도 격차도 컸다. 경기도나 강원도는 조례를 제정해 학교 e스포츠를 지원하고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여전히 “운동부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교장이 e스포츠에 대한 철학이 있느냐에 따라 운영 여부가 달라지는 구조다. 이를 보완하려면 전국 단위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체부, 교육부, 교육청, 교사, 민간 아카데미가 함께 참여하는 체계를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단발성 대회로 그치지 않으려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일관된 틀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교과서 개발과 수업 모듈화에 대한 아이디어도 흥미로웠다. “지역 단위로 32시간짜리 교과서를 개발해 시범 운영해보면 좋겠다”, “AI나 미디어 리터러시와 연계하면 학교에서도 거부감 없이 수업할 수 있다”는 등의 실질적인 제안들이 이어졌다. e스포츠를 단지 게임이 아니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훌륭한 매개로 바라보자는 관점도 공감을 얻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말은 이거였다. “학교 e스포츠 업무를 ‘병행’ 형태로나마 담당하는 교육부 내 창구가 있었으면 합니다.” 학교 현장의 절박한 요청이었다.
이도경 국회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