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이 수사개시 약 3주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소환을 통보한 데는 ‘현실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수사 대상이 워낙 광범위한 데다 기한도 정해져 있는 만큼 특검 출범 이전에 상당부분 수사가 진행된 사안을 먼저 매듭짓기로 한 것이다.
특검이 21일 윤 전 대통령 부부 소환을 통보하며 거론한 공통의 혐의는 명태균 게이트다. 이는 특검이 가장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사건으로 꼽힌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 2022년 3월 대선 당시 명씨에게서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그해 6월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 창원 의창 선거구에 전략 공천되도록 도운 혐의 등을 받는다.
해당 사건은 창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을 거치며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제외한 수사가 대부분 진행됐고, 물적 증거도 확보된 상황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와 통화한 녹음 파일 등을 근거로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역시 특검팀이 속도를 낼 수 있는 사안이다. 앞서 서울고검이 주가조작에 사용된 김 여사 명의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포착하고, 증권사를 압수수색한 끝에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 간 통화 녹음 파일 수백 개를 확보해 특검에 넘긴 상황이다. 특검은 이를 근거로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대해 사전에 인지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특검은 김 여사 관련 또 다른 의혹인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통일교의 관련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청탁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이날 수출입은행과 기획재정부, 서울 강동구의 희림종합건축사무소(희림) 등을 압수수색했다. 통일교 측은 이 사업 수주 등을 위해 전씨를 거쳐 김 여사에게 6000만원 상당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1000만원 상당 샤넬가방 각 2개 등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앞서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은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전씨에게 2022년 12월 “큰 그림 함께 만들어보자” “희림 대표도 같이 한번 뵙겠다”고 대화한 문자 메시지를 확보한 바 있다. 특검은 이 대화에서 등장하는 희림도 해당 의혹에 개입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희림은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하기도 했다. 희림은 “윤석열정부에서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 출석 시 비공개로 출석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홍주 특검보는 “평소 다른 피의자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들어오게 하는 방법이 맞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은 이른바 ‘집사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집사’ 김모씨의 아내 정모씨에게 오는 23일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특검은 베트남으로 출국한 김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여권무효화 절차를 진행하는 중이다.
박재현 차민주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