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 소환 이종호 “거물에서 잡범 취급”… 개인 약속 이유 돌연 조사 중단

입력 2025-07-21 18:42 수정 2025-07-21 23:54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21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수사 정점인 김건희 여사로 향하는 길목으로 꼽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21일 첫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통해 재판 청탁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 등을 두고 주변에 “거물 취급을 하다가 이제는 잡범으로 만드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는 특검 조사에서 일부 질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특검은 준비한 질문 대부분에 대해서는 진술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일부 질문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변호인이 휴가 중이란 이유로 출석일자를 미루려 했다. 그러나 특검이 ‘조사 불응’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일단 변호인 없이 출석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날 오전 10시 출석한 이 전 대표는 오후 5시30분쯤 돌연 개인 약속을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청했다. 특검은 22일 출석을 재통지했는데, 이 전 대표는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내부에서는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동이 통상적인 피의자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보는 기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 협조 의사가 없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 측은 향후 변호인 입회 하에 다시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1차 주포’인 이모씨에게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게 해준다는 조건 등으로 2022년 6월~2023년 2월 총 25차례 839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특검이 지난 19일 집행한 압수수색 영장의 범죄일람표에는 범행장소나 시기가 적시돼 있는데, 이는 이 전 대표가 소셜미디어(SNS)와 카드 결제 내역 등을 통해 파악한 실제 동선과는 차이가 크다는 게 이 전 대표 측 입장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 아들 조모씨의 ‘서울구치소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와전됐다는 입장이다. 조씨는 라임 사태 관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받고 서울구치소 수감 중이었는데, 이 전 대표 로비로 2심 이후로도 4개월 가까이 머물며 이감하지 않는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이 전 대표는 조씨 본인은 모르고 그의 지인을 알았다”며 “지인을 통해 조씨가 서울구치소에 있고 싶어한다는 말을 듣고 해결해줄 변호사를 찾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서현 구자창 박재현 기자 hy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