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가 세탁기 하단의 배수 구멍을 열자 시커먼 먼지와 함께 오수가 쏟아졌다. 세탁기 안으로 전자 내시경을 들이밀자 내부 곳곳에 들러붙은 오물과 곰팡이가 선명하게 보였다. 구매 5년차 드럼 세탁기의 현 상태다. 자체적인 내부 청소가 어렵다는 제품 특성이 이런 문제를 유발한 측면도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세탁기 초음파 세척 서비스’를 시행하는 중이다.
지난 17일 세탁기 세척을 위해 방문한 엔지니어의 트렁크 안은 초음파 진동기와 내시경을 비롯해 온갖 장비로 가득했다. 세탁기 초음파 세척은 말 그대로 초음파 진동 장비를 세탁기에 연결해 청소하는 방식이다. 세탁기에 물을 가득 채운 다음 진동을 발생시켜 오물을 내부에서부터 떨어뜨리는데, 함께 투입된 세척제에 초음파가 닿으면 거품이 생겼다가 사라지면서 냄새 제거와 살균도 하는 ‘캐비테이션 효과’도 발생한다.
청소는 진단과 청소, 조립 등 3단계로 이뤄졌다. 진단 단계에서는 10여개 항목을 엔지니어가 일일이 체크하며 해당 제품이 초음파 세척 대상인지를 판단했다. 오염도가 심각하거나 일부 구형 모델의 경우 분해 청소가 권장된다. 적합 대상으로 판별되자 세탁기에 물을 가득 채운 다음 세정제를 투입했다. 이후 20여분간 초음파 진동을 가했다. 장비 없이 분해 가능한 세제함 등의 부속품은 엔지니어가 직접 분리해 고압수로 세척했다. 초음파 세척의 큰 효과는 꿉꿉한 곰팡내와 세척력 저하 현상도 해결한다는 점이라고 엔지니어가 설명했다.
초음파 세척 서비스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상품이다. 2022년 서비스 기술 경진대회에서 자사 엔지니어 아이디어로 발굴됐다. 기존에는 세탁기를 청소하려면 일일이 모든 부품을 분해한 이후 세척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분해된 부품이 공간을 지나치게 많이 차지하고 가정집의 경우 주변 오염이 심해지는 단점이 있었다. 시간도 4시간 이상 소요돼 고객과 엔지니어의 피로가 컸다.
이에 비해 초음파 세척은 총 소요 시간이 1시간~1시간30분가량에 불과하다. 늘어놓아야 하는 부품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공간적 제약이 크게 줄었다. 세척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치과 스케일링 기구 작동 같은 소음이 났지만 이는 전체 세척 시간 중 20분 정도로 길지 않았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 AI 구독클럽’과 연계해 해당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기존 방문케어 상품에 가입한 고객에게만 구독 기간 중 1회 제공했지만, 이제는 구독 기간 중 연 1회 제공 가능하다.
글·사진=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