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케데헌’ 돌풍

입력 2025-07-22 00:40

뮤지컬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K팝을 소재로 했지만 한국 작품은 아니다.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과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이 공동 연출했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등을 만든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했다. K팝 영화가 미국 회사에서 제작된다는 자체가 한국 문화가 가진 힘을 보여준다. 케데헌은 지난달 20일 공개 후 한 달 만에 시청횟수 8000만뷰를 넘기며 가장 성공한 넷플릭스 제작 애니메이션이 됐다. 극중 K팝 그룹 ‘데몬 헌터스’와 ‘사자 보이즈’가 부른 노래 8곡 모두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 동시 진입하며 세계 팝시장을 놀라게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케데헌의 세계적 인기를 조명하며 “가상의 아이돌 밴드가 인간 아이돌이 결코 이루지 못한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은 오히려 흥미롭다. 노래도 대사도 다 영어지만 음소거를 하면 한국 작품 같다. 주인공들은 콘서트 전 탄수화물 보충을 위해 김밥과 호떡 순대 라면을 먹는다. 국밥을 먹으며 속을 달래고, 컨디션이 안 좋으면 한의원과 목욕탕에 간다. 국밥집에선 수저 아래 휴지를 까는 한국적 디테일도 살아있다. 남산 서울타워와 낙산공원 성곽길, 강남과 종로가 주된 배경이다. ‘일월오봉도’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은 방탄소년단이 경복궁에서 했던 무대가 연상된다. 주인공들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건 민화 ‘호작도’에서 영감받은 호랑이와 까치. 이 캐릭터를 닮은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은 품절 대란이다.

요즘 해외 MZ 세대에게는 노래에 한국어 가사를 섞으면 그 자체로 ‘간지’있어 보인다고 한다. 케데헌에도 한국어 가사가 군데군데 나온다. K팝 덕분에 한국어의 위상도 높아졌다. 올해 한국 음악 산업의 예상 수출액은 2조원, 전 세계 K팝 팬은 7500만명이다. 대단한 규모다. 이들이 K푸드 K뷰티에도 돈을 쓰고 한국을 찾는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케데헌 돌풍이 또 한 번 보여줬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