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권하는 부모… 붙잡지 않는 학교

입력 2025-07-21 18:54 수정 2025-07-21 23:52

경기도에서 고교를 다니다 1학년 때 자퇴한 A양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자퇴한 해에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서울 강남과 목동 일대 학원과 사설 독서실을 오가며 공부하고 있다. A양은 중학교까지 성적은 상위권이었고, 교우 관계도 원만한 모범생이었다. A양이 자퇴를 결심한 것은 1학기 내신을 망쳤고 2학기에 만회하지 못한 탓이었다. 2, 3학년 때 내신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A양에게 부모님이 먼저 자퇴를 권했다. 수능만 잘 보면 서울 주요 대학에서 40% 이상으로 늘어난 정시를 통해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비슷한 길을 가는 친구와 선배가 많았고, 담임선생님도 강하게 만류하지 않았다.

A양은 오는 11월 세 번째 수능을 치른다. 2년 전 자퇴를 결심했을 당시에는 ‘인(in)서울’을 걱정했지만, 실전 경험이 쌓인 올해는 서울의 주요 대학 진학으로 목표를 높여 잡았다. A양은 “내신이나 수행평가 신경 쓰지 않고 수능 문제 풀이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자퇴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와 수능으로 대학에 가려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학창 시절 일탈이나 교우 관계 등으로 자퇴하는 게 아니라 입시 제도의 결함이 멀쩡히 학교 다니는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고 진단했다.

20일 초·중등 교육정보 공시 서비스인 학교알리미 통계에 따르면 일반고 자퇴생은 2020년 9504명에서 지난해 1만8498명으로 불과 4년 새 배 가까이 늘었다.


검정고시 출신 수능 응시자도 급증세다.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수능 응시자 가운데 검정고시 출신은 2만109명(3.8%)이었다. 고교 내신 제도 변동으로 특수목적고 등에서 집단 자퇴 사태가 발생했던 1995학년도 이후 30년 만에 최대치로 2만명을 처음 넘어섰다.

주요 대학에 합격하는 검정고시 출신도 늘었다. 검정고시 출신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합격자는 2018학년도 80명에 불과했는데 2025학년도에는 259명으로 3배 늘었다.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10개 대학으로 확대하면 같은 기간 276명에서 785명으로 증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일탈 등으로 고교를 마치지 못하고 검정고시를 본다는 건 옛날 얘기로 자퇴는 하나의 옵션이 됐다”며 “주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경쟁력은 예전엔 n수생, 재학생, 검정고시생 순이었지만 현재는 n수생, 검정고시생, 재학생 순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