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학습효과 기대되지만
의존 시 부정적 영향도 적잖아
오남용 방지 교육 등 시급해
미국은 청소년 대상 교육 집중
우리 공교육 긴장감은 느슨해
AI 교과서 폐기 재고하고
모든 학교서 활용법 가르쳐야
의존 시 부정적 영향도 적잖아
오남용 방지 교육 등 시급해
미국은 청소년 대상 교육 집중
우리 공교육 긴장감은 느슨해
AI 교과서 폐기 재고하고
모든 학교서 활용법 가르쳐야
지난달 미국 코넬대학교가 운영하는 논문 아카이브(arxiv.org)에 올라온 인공지능(AI) 관련 논문이 업계와 연구자들 사이에 화제다. MIT 미디어랩 연구팀의 해당 논문은 챗GPT 등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한 글쓰기가 인간의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이다. 18~39세의 54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챗GPT, 구글 검색, 그리고 보조 없이 SAT(미국 대학입학능력 평가시험) 에세이를 쓰게 하고 뇌파측정기로 뇌의 활동을 기록했다. 결론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두뇌로만 에세이를 쓴 그룹의 뇌파가 가장 활발하고 넓은 뇌 연결성을 보였고, 구글 검색 그룹은 중간, 챗GPT 사용자 그룹은 가장 약한 연결성을 나타냈다. 챗GPT 사용자 그룹은 작성 문장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비율이 83%나 됐다. 챗GPT 그룹과 보조 없이 쓴 그룹의 조건을 바꾸자 처음에 보조 없이 썼던 그룹은 챗GPT 활용에 적응해 뇌 활성도·기억력 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으나 반대의 경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참가자 수가 제한적이고, 짧은 기간 진행된 연구여서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지만 AI에만 의존하면 뇌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AI를 잘 활용하면 상당한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AI 활용은 채용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학 개미’의 주요 투자 대상에 이름을 올린 AI 기반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는 지난 4월 ‘실력주의(Meritocracy) 펠로십’이라는 고졸 인턴십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문제 해결 능력과 데이터 감수성이 뛰어난 인재는 학위와 무관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우수한 AI 인재를 조기에 확보해 교육·훈련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에선 최근 이공계 대졸자들도 3~4년 전보다 훨씬 취업이 어려워졌는데 상당수 기업이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위주로 채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우리 기업들도 대학에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니 관련 과목을 가르쳐 달라”고 줄곧 요구해왔고, 프로그래밍 인력이 부족했을 땐 인문계 학생들을 채용한 뒤 자체 교육시켜 개발자로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공교육의 감수성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청소년기부터 AI와 컴퓨터 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학생들에게 AI 교육을 확대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도 설립했다. AI란 무엇이고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 CEO들은 지난 5월 각 주 정부에 AI 수업 등을 고교 졸업 필수 조건으로 의무화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CEO들은 중국과 한국이 AI 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초·중등학교에서는 학년당 최소 8시간의 AI 수업을 의무화하고 있고, 한국에선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를 모범 사례로 언급했지만 AI 교육과 관련한 우리의 긴장감은 느슨해 보인다. 정부는 AI 인재 확보를 국가적 과제 1호로 삼고 있는데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도 있다. 인재 유출을 막는 것만큼 AI 인재를 양성하는 게 중요한데 공교육에 AI 교과서를 활용하는 방안은 여당 주도로 폐기 직전에 있다. 교과서 부실 등의 이유가 거론됐지만 정책이 전 정부에서 시작됐다는 정치적 판단이 가장 큰 배경으로 보인다. AI 교과서 채택이 끝내 불발돼 일부 학교에서만 교육이 이뤄진다면 AI 교과서로 교육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차이가 공정성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AI 교과서가 채택되면 학교에서 올바른 활용법과 오남용 문제점 등을 쉽게 가르칠 수 있다. 통제 없는 AI 사용 시 비판적 사고력 저하, 편견 형성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올바른 AI 활용 교육은 미룰 수 없는 문제다. 과학은 물론 인문학 등 다른 분야에서도 AI가 필수적인 시대다. 국가 경쟁력이 AI 활용에 달려 있다는 정부의 판단은 합리적이고 AI 3대 강국이 되겠다는 계획은 야심차다. 문제는 같은 관점에서 AI 교과서 폐기가 옳은가 하는 것이다. AI 교과서 채택은 정치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지만 꼬인 매듭 풀기는 정치적으로 할 수 있다. AI 교과서 폐기는 재고되어야 한다.
정승훈 논설위원 shjung@kmib.co.kr